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면서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그도 그럴만 한 게 일반 지지율도 1위에 오른 데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맞대결이든 3자대결이든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오차범위 내 결과도 있지만 주요 조사에서 모두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으니 문 전 대표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제 조선일보가 신년을 맞아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여야 12명 주자의 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12월30~31일 19세 이상 1030명,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 RDD를 활용한 전화 면접,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 11.4%,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문 전 대표는 24.0%로 1위에 올랐다. 이어 반 전 총장(17.4%) 이재명 성남시장(11.5%)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5.4%)였다.

더민주 문 전 대표, 개혁보수신당 반 전 총장, 국민의당 안 전 대표가 각각 후보로 출마하는 3자 대결의 경우 문 전 대표 39.3%, 반 전 총장 28.7%, 안 전 대표 11.4%로 나타났다. 반 전 총장과 안 전 대표가 단일화를 한 뒤 문 전 대표와 벌이는 양자 대결에서도 문 전 대표 42.2%, 반 전 총장 35.5%로 역시 문 전 대표가 우위를 보였다. 이밖에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문 전 대표의 우위 구도는 비슷하게 유지됐다.

이같은 결과 때문인지 문 전 대표의 이날 발언에는 더욱 힘이 실린 듯 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연말 연초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와서 정말 국민들께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며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 겸허하게 노력해서 이번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당에 대한 야권통합 공세도 폈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대선 과정에서 힘을 모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우리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 때 조금 길이 어긋났고 그 결과 당이 다르게 돼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다함께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두 민주정부의 후예"라고 연일 국민의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자신감이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정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요즘은 국민들이 직접 대면은 아니라도 접촉할 수 있는 매체가 많아서 (대선후보로서의 역량을) 판단할 근거가 많기에 그런 것을 토대로 나온 결과라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문 전 대표 측은 신선한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유권자들의 주목을 끌어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방침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이번 선거를 준비하겠다는 얘기를 문 대표가 몇 번이나 했다"며 "인물과 정책 면에서 잘 준비된 후보임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변수도 적잖이 남아있고 이같은 지지율이 끝까지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먼저 아직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아 조기 대선 여부와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대선 후보군이 지난 대선과 달리 유동적이라는 점 역시 문 전 대표에겐 불안요소 중 하나다.

비록 3자구도 양자구도 모두 문 전 대표가 우위란 조사결과는 나왔지만, '문재인 대 반(反) 문재인'으로 선거구도가 짜여진다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이 경우 자신을 향해 다른 나머지 대선주자들이 모두 공격하는 형국이기때문이다.

이는 2번의 대선에서 수년간 선두를 지키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막판에 거듭 역전을 허용한 사례와도 비견된다. 문 전 대표에게는 기분 나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귀국을 앞둔 반기문 전 총장의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아직 귀국도 안했는데 문 전 대표와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를 다툰다. 그렇기에 막상 반 전 총장이 귀국해 전국을 활보할 경우 아무래도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여기에다 반 전 총장이 개헌을 고리로 다른 주자와 연대해 나갈 경우 파괴력은 배가될 수 있다. 지금의 여론조사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계심이 문 전 대표 주변에서 작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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