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민,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 내과전문의

▲선진국형 암, 대장암을 막아라

직장인은 사회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 육식 위주의 식생활, 부족한 신체활동, 과다한 음주 및 흡연 등으로 대장암의 위험지대에 놓여 있다.

위암, 간암 등 주요 장기의 암 발병률은 꾸준히 줄고 있지만 대장암의 발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다.

1999년 10만 명당 20.6명이었던 남성 대장암 발병률은 2014년엔 53.1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국제암연구기구에 따르면 2030년 우리나라 대장암 발병 건수는 현재보다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장암 전 단계인 용종과 암은 크기가 어느 정도 커지기 전까지는 증상이 거의 없다. 그러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대장 용종 등이 발견되면 곧바로 조직검사나 절제술을 할 수 있다.

대장암의 조기 발견 및 예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고통스럽다거나 번거롭다는 이유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피하는 경우가 많아 대장암은 늦게 발견되는 비율이 다른 암에 비해 높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2005.2009년 건강검진을 통해 대장내시경과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51만 9,866명을 대상으로 위암과 대장암의 진단 양상을 조사한 결과 3, 4기 후기 진행 암의 비율은 대장암이 위암에 비해 2.7배 높았다.

특히, 몸에 이상을 느끼고 외래를 방문해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분석 결과는 더 심각했다. 3,4기 후기 대장암으로 진단받는 비율이 51.6%로 절반 이상이 자각 증세가 나타난 뒤에야 병원을 찾았다.

대장암 발병은 육류 섭취 및 음주 소비량에 비례해 늘어난다. 이에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암 예방은 식탁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장암의 약 85%는 환경적 요인으로 주로 식습관과 연관이 있다. 따라서 평소 채소를 많이 먹는 등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한다.

식이섬유는 자체로 발암물질의 생성을 억제하며 변비를 예방하므로 대장점막이 발암물질과 접촉하는 기회를 줄여준다.

채소와 과일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총 200g. 예를 들어 과일은 야구공 두 개 크기 정도, 나물같이 익힌 채소는 한 컵 정도, 샐러드 같은 생채소는 두 컵에 담기는 정도의 분량이다.

식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뀌기 힘들다. 대장암을 비롯한 모든 암에는 유전적 소인, 가족력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장암에서 ‘1차 예방’은 쉽지 않다. 따라서 50세부터 5.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장한다.

대장암의 대부분은 암으로 넘어가기 전, 대장 용종(폴립)이라는 양성 종양의 단계를 거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보통 용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데는 5.10여 년이 걸린다. 그러므로 대장내시경 검사로 용종을 미리 발견해 바로 제거한다면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젊은 여성층에 많이 발병하는 유방암

여성들의 암 발병이 매년 늘고 있다. 유방암은 최근 10년간 3배나 증가해 연간 1만 명 이상 환자가 생기는 추세다. 유방암은 여성암 중에서 갑상선암 다음으로 많다.

과거엔 40대 이상 여성에게 잘 나타난다고 알려졌지만 요즘은 20~30대 젊은 여성들의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유방암 발생률이 3.5배 이상 늘었다.

연간 발생 환자는 2006년에 1만 1,275명으로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다. 2014년에는 1만 8,381명이 유방암에 걸려 8년 사이에만 63%나 증가했다.

유방암의 발병 원인은 100%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젊은 여성의 유방암 증가를 서구화된 식습관,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보고 있다.

또한 모든 암의 원인 중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듯이 유방암도 기름지고 열량이 높은 음식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40대 이전 여성은 1960년 이전에 출생한 여성보다 서구식 생활을 해온 기간이 길어 발병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조기 임신 및 출산, 모유 수유, 식이요법, 운동, 조기 검진이 해답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첫째 아이의 출산 연령이 1년 늦어질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3%씩 증가하며, 모유를 1년 더 먹이면 유방암의 가능성이 4.3%씩 감소한다는 보고도 있다.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식품으로는 콩류 및 콩으로 만든 음식(두부, 된장, 청국장 등), 과일 및 채소, 녹차, 유제품 및 비타민 D제가 대표적이다.

반면 피해야 할 음식으로는 술, 고지방 음식, 과다한 탄수화물 음식, 직화구이 음식 등이 있다. 꾸준한 운동 역시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미국 암센터에 따르면 일주일에 4시간 이상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여성 호르몬 수치를 감소시켜 유방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적절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같은 무산소운동을 잘 병행해야 하지만 이 중에서도 걷기나 뛰기 등 유산소운동이나 땀이 어느 정도 나는 운동이 좋다. 일주일에 4.5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씩 땀이 나도록 운동하면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여성 유방암은 조기 발견만 하면 완치율이 90%가 넘는다. 따라서 조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유방암 5년 생존율은 90%에 육박하는데 2008년을 기준으로 OECD 국가를 비교했더니 미국 89%, 캐나다 83%, 일본 85.5%였다. 이는 적극적인 유방암 검진 활성화를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했기에 가능했다.

▲갑상선암, 5년 생존율은 100% 가까이

갑상선은 목 앞쪽에 튀어나와 있는 갑상연골의 2~3cm 아래에 위치하는 나비 모양의 장기로 좌엽과 우엽, 그리고 양 엽을 연결하는 협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 엽의 길이는 4~5cm, 너비 1~2cm, 두께 2~3cm이며 전체 무게는 15~20g 정도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와 체온조절 등의 역할을 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선암은 크게 유두암(암세포의 모양이 유두를 닮은 갑상선암의 한 종류)과 여포암(샘종과 구분이 힘든 상피세포로 이루어지는 갑상선의 암), 미분화암(선상피나 편평상피로의 분화 경향이 나타나지 않아 그 세포가 어디서 나왔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암), 수질암(암세포 성분이 많고, 간질결합직이 대단히 적은 암종)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갑상선 유두암과 여포암에 잘 걸리며 전체 갑상선암 환자의 90.95% 정도를 차지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5배 정도 잘 걸리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유두암과 여포암은 암 세포의 성장속도가 매우 느리고 전이가 된 경우라도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치료 성적은 다른 암에 비해 월등히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갑상선암 환자가 2004년 4만 1,000명에서 2014년 30만 2,345명으로 7.4배 급증했다.

최근에 증가 추세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것. 갑상선암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초음파를 통한 검진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7년 초음파를 통해 암 진단이 가능해지면서 갑상선암을 포함해 전반적인 암 진단이 늘었다.

초음파 검사 비용이 3~ 5만원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것도 진단 급증의 한 원인이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2015년 5월에 목에 혹이나 이물질이 만져지는 것 같은 의심 증상이 없을 경우 갑상선암 검진을 위한 초음파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갑상선암 검진 권고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다행히 갑상선암 환자의 5년 내 생존율은 99.9%, 10년 생존율도 95.0% 이상이다. 이 때문에 갑상선암은 전이되는 속도도 느려서 소위 ‘착한 암’이라 불린다.

일부 갑상선암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돼 있고 최근엔 비만한 경우에도 갑상선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갑상선암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아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검사받는 방사선과 관련해서 과다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고 특히 소아기에 머리와 목 부위가 방사선에 노출돼지 않도록 해야 된다.

갑상선 수질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가계 구성원을 대상으로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물론 생존율이 높다고 해서 모든 갑상선암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비록 국내 발생률이 낮긴 하지만 다른 갑상선암인 수질암, 역형성암은 생존율이 떨어지고 치료가 쉽지 않다.

또 갑상선암이 폐, 뼈 등의 다른 조직으로 원격 전이된 경우 생존율은 69.1%로 떨어지며 갑상선암은 재발률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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