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호 1기 대표팀이 21일 오후 파주 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되어 이동국 선수가 입소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30대 중반의 축구 국가대표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해당 포지션이 공격수라면 더욱 그렇다. 언제나 저돌적일 것 같았던 웨인 루니(32·에버튼)도 최근 잉글랜드 대표팀을 떠났다.

그런 면에서 이동국(38·전북)은 분명 특이한 케이스다. 한창 때는 게으른 공격수라며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찬사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동국은 이란(8월31일), 우즈베키스탄(9월6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연전을 앞둔 신태용호의 최고참이다.

2014년 10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태극마크와의 연을 끝낸 줄 알았던 그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최대 고비에서 다시 한 번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이동국은 1998년 5월16일 자메이카전부터 코스타리카전까지 16년 간 꾸준히 대표팀을 누비면서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쌓았다. 내로라하는 실력의 소유자 중에서도 선택된 이들의 특권인 A매치를 103경기나 치렀다.

자연스레 한국과 최종예선 9차전에서 맞붙을 이란과도 적잖이 만났다. 이동국은 이란을 만나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2000년 10월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에서는 스스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는 경험까지 했다.

후반 30분 강철(46)을 대신해 투입된 이동국은 1-1로 맞선 연장 전반 10분 역전골을 뽑았다. 노정윤(46)의 패스를 달려들며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지금은 사라진 골든골(연장전의 승부를 가리는 방법의 일종)이었기에 더욱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다 이긴 줄 알았던 이란 선수들은 이동국의 슛이 골망을 흔들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 호각세를 이어오던 한국은 카를로스 케이로스 현 이란 감독의 부임 이후 이란에 일방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2012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시작으로 내리 4경기를 졌다. 360분을 마주하면서 한 골도 못 넣었다.

거듭된 패배에 대표팀에는 이란전 승리의 기운을 느껴본 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골맛을 봤던 이는 이동국이 유일하다.

백전노장의 이동국은 17년 전처럼 경기 후반 교체로 등장할 공산이 크다. 수많은 상황들을 몸소 체험한 이동국만한 조커는 없다. 하지만 오른 무릎이 좋지 않은 황희찬(잘츠부르크)의 회복이 더딜 경우 처음부터 최전방을 책임질 가능성도 있다.

이동국은 "이번에 승리하면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시나리오가 나올 수도 있다. 반드시 이겨서 본선에 오르고 싶다. 반드시 국민들이 우리 선수들이 뛰는 월드컵을 보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동국은 이란전에서 의미 있는 기록에 도전한다. 이동국이 이란전에 나설 경우 38세124일로 한국의 A매치 최고령 출전 부문 2위에 오른다. 최장기간 A매치 출전 기록에서는 19년107일로 16년159일의 이운재(44)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한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을 바라보는 이동국이 17년 전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대박의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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