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2017~2018시즌 초반 화두는 단연 원주 DB의 돌풍이다. DB는 25일 부산 KT전에서 베테랑 김주성의 극적인 버저비터에 힘입어 79-77로 승리, 개막 5연승을 이어갔다. 단독 선두다.

최약체라는 평가가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주축 윤호영(33)이 부상으로 시즌 전부터 전력에서 빠졌고 허웅(24)은 상무에 입대했다. 은퇴를 앞둔 노장 김주성(38)은 출전시간을 조절해야 하는 처지.

12명 엔트리를 짜기도 어려울 만큼 자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올시다' 였다.

화수분이 쉼 없이 터지고 있다. 그동안 식스맨과 D리그(2군)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반전 드라마를 쓰는 중이다. 외국인선수 디온테 버튼(23)과 로드 벤슨(33), 두경민(26), 김주성 등이 중심을 잡은 가운데 서민수(24), 김태홍(29)의 기량 향상이 눈에 띈다.

2015년 드래프트 1라운드 9순위로 DB에 입단한 서민수는 197㎝의 파워포워드다. 동국대 시절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프로 데뷔 후 기회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 지난 시즌 23경기에서 평균 6분31초를 뛰며 1.9점 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당당히 한 축으로 성장했다. 5경기에서 평균 31분34초를 소화하며 9.2점 7.2리바운드를 올렸다. 어시스트도 1.6개다.

김태홍은 2011년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 출신이다. 전주 KCC에 입단했다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지난 시즌부터 DB 유니폼을 입었다. 출전시간이 지난 시즌 평균 4분20초(12경기)에서 26분1초로, 평균 득점은 1.1점에서 9.4점으로 껑충 뛰었다.

최근 유성호(29), 맹상훈(23), 김영훈(25) 등도 꾸준히 주어지는 출전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

2011~2012시즌 서울 삼성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유성호는 안양 KGC인삼공사, 울산 현대모비스 등을 거쳐 이번 시즌부터 DB에 합류한 '저니맨(이적이 잦은 떠돌이선수)'이다. 200㎝ 높이를 활용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외곽슛도 신장대비 정확한 편이다.

가드 맹상훈은 실력보다 당돌한 신인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더 많다. 경희대 저학년 시절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4학년 때 부상을 당하면서 구단들의 시선에서 멀어졌다. 결국 2016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까지 밀렸다. 당시 지명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기량과 잠재력에 비해 지명 순위가 너무 처졌다는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KT전에서 3점슛 2개 포함 8점을 올리며 전반 기 싸움을 이끌었다. 코칭스태프가 눈여겨보고 있다.

김영훈은 이번 시즌 전까지 통산 2시즌 동안 3경기에서 평균 1분 남짓 뛴 게 전부다. DB가 5연승 하는 동안 모두 출전해 평균 9분을 뛰었다. 포워드임에도 볼 핸들링과 패스 감각이 나쁘지 않다.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특성과 성향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올바르게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A감독은 "예를 들어 DB 경기를 보면 리바운드 경합에서 다 녹색만 보인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잘 무장됐고 코트에서 서로 약속이 잘 지켜지는 모습이다"고 했다.

보수(연봉+인센티브) 기준으로 김태홍이 8000만원, 서민수가 6000만원, 유성호가 5000만원, 맹상훈이 4500만원, 김영훈이 4000만원이다. 한 해에 수억원을 받는 '이름값 있는 선수들'과 다르다.

이 감독은 "그동안 출전시간이 부족해 코트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한 선수들이다. 코트에서 자신감 있게 하고 주눅 들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슛은 들어가지 않을 수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 모든 선수들이 같은 마음으로 뛰면서 초반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했다.

DB는 오는 28일 우승후보 서울 SK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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