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홈쇼핑에서 불법 후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오전 춘추관에서 사의 표명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거취 논란은 일단락 됐다. 그러나 살얼음판 같은 국회 상황을 감안할 때 청와대의 진짜 고민은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 수석은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정무수석으로서 최선의 노력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돼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가운데 사의를 표명한 것은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에 이어 전 수석이 두 번째다. 비리 의혹으로 인해 자진 사퇴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전 수석이 현직 타이틀을 달고 검찰의 포토라인 앞에 서는 것을 피했다는 점에서 부담을 한시름 덜었다고 할 수 있다. 현직 신분을 유지한 채 조사를 받다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더 큰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현 정부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며 전 수석의 개인적인 일이라고 계속해서 거리를 둬왔던 것도 현 정부의 도덕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적폐청산·개혁 작업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도 무관치 않다.

전 수석이 끝까지 수석직을 유지하려 했던 것도 '사퇴=혐의 인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개인적 차원의 우려 외에도, 문재인 정부 핵심요직 중의 첫 낙마 사례로 인해 짊어질 현 정부의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수석이 "국민의 염원으로 너무나 어렵게 세워진 정부, 그저 한결같이 국민만 보고 가시는 대통령께 누가될 수 없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다만 전 수석이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이 마주하고 있는 인사 정국·예산 정국 등 살얼음판 같은 국회상황을 고려할 때 정무수석의 역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국회와의 가교(架橋) 역할을 수행할 후임 정무수석을 물색해야 하는 일부터 현안은 현안 대로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날까지도 임종석 비서실장과 거취문제를 논의한 것도 '포스트 전병헌' 의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청와대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임명 수순에 들어간 상황에서 야당의 임명 동의가 필수적인 헌법재판소장과 감사원장 인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등 야 3당은 청와대가 국회에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것도 임명 강행 수순으로 보고, 나머지 인사 문제는 물론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연계할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정태옥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홍 후보자 임명 강행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자 협치의 종언을 선언한 것"이라며 "임명 강행으로 나타날 수 있는 국회파행 등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고집을 피우며 일방적으로 나간다면 개별 의원들 입장에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의원들이 없다고 보장은 못할 것"이라며 나머지 현안과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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