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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옥 작가의…명동ㆍ그리고 비엔나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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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3  09: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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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옥 작가
사회 첫발을 시작하는 새내기 때였다.

매서운 바람을 가르며 그 당시 젊음의 메카인 명동에 자주 가곤 했었다. 나에게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젊음을 표출하던 유일한 장소였다.

명동성당 옆 골목에 위치한 세련된 찻집에서 몸을 녹이고 그 문화에 젖어 비엔나커피를 기다리며 거드름을 피운다. 뜨거운 커피 위에 살포시 올려진 아이스크림은 눈꽃같이 보였다.

당연히 시원하리라 생각하고 호로록 마신 뜨거운 커피가 입안으로 밀려들어왔다. 견딜 수 없는 뜨거움에 입천장은 누더기가 되었다. 나는 내색도 못하고 괴로움을 감추고 있었다.

그때 소란스러워 쳐다보니 중년의 신사가 차 서빙을 하는 아가씨의 따귀를 때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뜨거우면 뜨겁다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 아니야!" 손님이 물 한 잔을 달라 해서 난로 위에 끓고 있는 보리차를 따라 준 것이 화근이 되어 여직원이 졸지에 봉변을 당하고 있었다.

울고만 있던 내 또래의 아가씨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배웠지만 그것은 사실과 달랐다.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말인 것이다. 그런 말이 당사자에게 잠시의 위안은 되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치면 직업에 따라 그 사람 가치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어느 곳이든지 갑과 을이 존재해 왔다. 갑은 함부로 을에게 갑질을 하고, 귀천에 따라 신분과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간접 경험하며 충격을 받았다.

달콤했던 비엔나커피는 싸늘해진 찻집의 공기처럼 다 식어 쓴맛만 남겼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공염불이다.

그 부분은 세상이 많이 바뀐 지금이나 그때나 달라 진 게 없다.

그래서 부모님은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자식들은 공부를 시켜 화이트 컬러를 만들려 했나 보다.

커피 맛도 제대로 느낄 줄 모르던 새내기 시절, 우아하게 비엔나커피 잔을 마주하고 있던 나에게도 겉으로 보여 지는 허세와 거품을 쫒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커피숍이 우우죽순처럼 생기더니 때론 밥값보다 더 비싼 커피를 마시며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활보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들도 유명브랜드 커피와 함께 신분 상승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옛 추억이 그리워 명동에 가 보았다. 여전히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하지만 그 인파 속에 사람들은 언어가 다른 사람들로 가득했다. 38년 전 명동의 분위기와는 확실히 달랐다.

관광 온 외국인들로 가득 차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어 자리 잡고 있었다.

내 기억 속의 명동은 우리말로만 가득했는데 지금은 우리말과 더불어 일본어와 중국어 간판이 화려하게 빛을 내고 판촉 하는 상점의 직원들은 일어와 중국어로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추억 속 정겨운 명동은 사라졌고 낯선 명동이 나를 맞이했다.

그 옛날 명동 옆 골목 찻집에서 있었던 기억을 더듬어 분위기 있는 커피숍을 찾아 들었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분위기에 젖을 수 있는 건 아마도 커피 때문이리라. 그윽한 향과 쌉싸래한 커피와 어우러진, 어쩌면 이것이 인생의 맛이 아닐까. 천천히 커피 잔을 기울이며 내 삶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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