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인 김현아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 해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가운데 당 내에서 반발 조짐이 일고 있다.

한때 바른정당 행사에 참여하는 등 해당행위를 했던 김 의원이 사과 한 마디 없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당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현역 의원은 물론 당직자들까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난 아픔이 있지만 당을 다시 정상화시키기 위해 김 의원의 징계를 풀어줄 예정이다. 그 역시 우리 당의 자원"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김 의원의 징계안 해제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국회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이미 오래 전부터 홍준표 대표가 저와 깊이 논의했고, 며칠 전 홍 대표도 저와 뜻을 같이했다"며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에 당의 모든 인재를 총가동해서 대여투쟁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의 이같은 방침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2일 입장문을 통해 "김 의원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국당을 향해 침을 뱉고 총질을 해대며 다른 당에서 활동을 해 온 사람"이라며 "당 원내지도부에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를 슬그머니 풀어주려 하고 있는데 이는 당의 체계를 붕괴시킴은 물론 당원들의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일이므로 결사반대 한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5일 뉴시와 통화에서 "징계 처분을 취소하려면 최고위원회 의결이 있어야 하는데 반대할 것"이라며 "향후 의원총회에서도 이 문제를 공식화할 예정"이라고 밀했다.

앞서 지난해 1월18일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윤리위는 김 의원을 '해당행위자'로 규정해 당원권 정지 3년의 징계를 내렸다.

당시 김 의원은 공공연히 바른정당 행사에 참석하며 한국당과 각을 세웠다.

당원권만 정지 돼 의원직을 유지한 김 의원은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과 반대되는 투표를 하거나 심지어 명함에서 로고와 정당명을 빼는 등 한국당과 철저히 선을 긋는 행보를 보였다.

당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해당행위를 저지른 뒤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는데 대여투쟁이라는 추상적인 이유로 징계를 풀어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정말 정치적 소신이 있었다면 바른정당 창당 때 비례대표직을 내려놓고 당적을 바꿨어야 했다. 그는 A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B회사를 위해 일한 사람"이라며 "당시에는 한국당을 욕하며 본인만 깨끗하고 청렴한 정치인인 척을 하더니 최근 바른정당이 어려워지니 다시 한국당에서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의원이 사과 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설령 사과를 하더라도 비례대표 제도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징계를 풀어줘선 안 된다"며 "당으로부터 엄청난 혜택을 받고 비례대표가 된 사람이 해당행위를 했는데 이런 식으로 징계를 해제하면 앞으로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징계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한 한국당 의원은 "해당행위를 한 의원의 징계를 이런 식으로 해제하면 앞서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의원들은 어떻게 처리할건가"라며 "명분도 없고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홍 대표와 지도부가 김 의원 징계 해제 방침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김 의원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징계 해제 논의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의원 측 관계자 "징계 해제 건이나 공식 사과와 관련해 김 의원의 생각을 대신 전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오는 6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한국당을 대표한 저격수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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