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셈법 따지며 안보 협력 강화에 총력 기울일 듯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성사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 주변 4강의 외교 시계는 숨가쁘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은 한반도 휴전선을 중심으로 형성된 '북·중·러 대 한·미·일' 전통적 냉전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는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주변국들에게 기회와 동시에 급박한 변화와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어서다.

주변국들은 각국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한반도 정세에 밀리지 않도록 외교 안보 협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한·미·일 3국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이 13일 오후 나란히 방한한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 설명을 위해 방한하는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비핵화 공조 방안을 협의한다. 또 같은날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할 예정이다.

강경화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 고노 다로 외무상은 14일 오전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재팬 패싱'으로 자존심이 상한 아베 신조 총리와 일본 정부는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를 북한 비핵화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로 보고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연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북일 관계 정상화와 경제협력 등을 통해 정면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한미일 등 서방세력가 가까워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막후에서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일에도 중국을 공식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한반도 해법에 대해 논의, 양국 간 밀월관계를 과시한 바 있다.

또 그간 북한에 물적 지원뿐만 아니라 인적지원, 기술지원 등을 거의 독점적으로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은 이번 북미 간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초조함을 드러냈다.

종전 선언 가능성에 대해 자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김 위원장에게 고위급들이 해외 순방 시 이용하는 전용기와 경호를 제공해주는 등 특급 대우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 정상화와 미국이 약속한 경제적 지원이 이뤄질 경우 북미가 급속하게 친밀해지는 것을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음이 급해진 러시아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1~23일 문재인 대통령을 러시아를 국빈 자격으로 초청,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극동지역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 핵 폐기와 남북관계 정상화 이후 한반도와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철도네트워크를 통해 영향력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6자 회담 체제의 당사국이었던 중·러가 한반도의 지속적인 영향력 행사를 위해 서둘러 한반도 문제 당사국들과 대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 특별한 관계에서 미국과도 유연한 관계로 가는 가능성에 대해 견제심리가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특별대우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북·중·러 형식으로 미팅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자 회담과 남북미중 4자회담, 더 나아가 6자회담까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 교수는 "일단 우리 정부도 그렇고 남북미 3자회담이 성사되는데 공을 들일 것 같다. 중국이 강력하게 원하면 남북미중 4자회담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이미 얘기도 나왔다"며 "일본과 러시아도 6자회담을 희망하고 있지만 6자회담은 순서로 보면 아직까지는 맨 뒤일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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