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3일로 데뷔 5주년을 맞았다. 역대 최강 팬클럽 '아미'(ARMY)와 수평적인 교류로 팬덤을 불린 방탄소년단은 지난 5년간 역동적인 성장 서사를 써왔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2015년까지만 해도 차세대 K팝 기대주에 그쳤다. 첫 정규앨범을 발매한 2014년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상남자'로 1위 후보에도 오를 때까지만 해도 '한 방'을 터뜨리지 못한다는 평을 들었다.

◇아미와 함께 구축해온 성장서사

하지만 차곡차곡 실력과 인지도를 쌓아갔다. '방탄'은 '총알을 막아낸다'는 뜻이다.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당당히 지켜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초반에 이 콘셉트를 충실히 따랐다. 이런 지향점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음악인 힙합으로 앨범을 채운 이유다.

이 장르의 문법에 기반해 '학원 폭력' '입시' '등골 브레이커'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에게 호소력 큰 노래를 들려줬다. 점차 이들의 목소리와 메시지에 공감하는 팬이 늘어갔다. 기초부터 다져진 강력한 팬덤인 아미가 생겨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아미는 '콘크리트 팬덤'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충성도가 높다. 팬클럽 이름 '아미'는 방탄복이 군대와 항상 함께하는 것처럼 방탄소년단과 팬이 언제나 같이 있겠다는 뜻이다. 긴밀한 관계를 자랑한다. 우상(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여서 가능하다. 비슷한 연령대 가수와 팬이 공감하며 함께 유대감을 맺어왔다.

방탄소년단과 팬들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아미가 친구를 뜻하는 프랑스어 '아미(Amie)'와 발음이 같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방탄소년단 성공은 '아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아미의 열정은 (저스틴 비버의 팬클럽) '빌리버스',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클럽) '스위프티스'에 필적한다"고 보도했다.

그렇게 '학교 3부작'을 통해 형성한 공감대는 청춘을 다룬 '화양연화' 연작 시리즈에서 발화한다. 이들의 성장담에 팬의 동질감이 굳건해졌고 팬층은 확대했다.

방탄소년단 프로듀서인 방시혁 빅히트 대표는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 "방탄소년단은 팀으로서 성장이 기본적인 콘셉트다. 그래서 내가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일곱 명이 함께하며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방탄소년단이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리고 만들어진 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방 대표는 "K팝 고유 가치를 지킨 것이 유효했다"고 봤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90년대 중반부터 K팝 음악은 비주얼적으로 아름답고 음악이 총체적으로 작용하며 퍼포먼스가 멋있었다. 이는 언어적인 경계를 넘어 한 수단으로 작용했다"며 "이 고유 가치를 지키되 흑인 음악을 기반으로 한 방탄소년단의 가치를 두고 멤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한 것이 서구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춘 것 같다"고 짚었다.

이런 점은 일종의 '체험 팬덤' 현상을 만들었다. 성장 서사를 공유하면서 팬 활동 역시 역동적인 체험과 놀이가 됐다. 특히 방탄소년단 팬들이 '외랑둥이'(사랑둥이 해외 팬)라고 칭하는 외국 팬들의 팬덤 유입을 보면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소셜 미디어로 날개 달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받았다. 2년 연속 수상이다. 주요 부문 상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적인 인기와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로 통한다. 지난 1년간 앨범 및 디지털 노래 판매량,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 공연 및 소셜 참여 지수 등의 데이터와 글로벌 팬 투표를 합산해 선정한다.

그간 방탄소년단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 대통령'으로 불리며 각급 이벤트를 통해 소셜에서 팬들과 꾸준히 교감해왔다.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 세계적인 톱스타들을 제치고 약 70차례나 1위를 차지하며, 소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트위터에서 최다 리트윗된 그룹으로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다.

멤버 슈가 생일에 또 다른 멤버 정국이 만든 영상을 트위터에 게재한 것, 핼러윈데이에 멤버들이 각자 분장을 하고 노래한 영상을 올린 것 등이 SNS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개별 멤버 계정이 아닌 한 SNS 계정을 일곱 멤버가 나눠서 쓰는 것도 특별하다. 팀워크를 강조한다. 이런 점들로 인해 주로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로도 전 세계 팬과 소통했다.

리더 RM은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받은 뒤 "소셜(SNS)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소셜을 통해 전파되는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기록은 현재진행형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최고 기록을 모두 자체 경신하며, 4주에 걸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의 공식 활동을 지난 10일 마무리했다.

지난달 18일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를 발매한 방탄소년단은 같은 달 20일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 월드 프리미어 무대로 컴백했다.

특히, 앨범 발매 첫 주 만에 미국 두 개의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 1위와 '핫 100' 10위로 동시 진입하며 한국 가수 최초, 최고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공식 활동을 끝낸 이후에도 빌보드에서 기록은 계속 경신되고 있다. 12일 공개된 16일 자 빌보드차트에 따르면 '빌보드 200'과 싱글 차트 '핫100'에 3주 연속 진입했다.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는 '빌보드 200'에서 지난주보다 8계단 하락해 14위를 기록했다. 대신 '페이크 러브'는 '핫 100'에서 전주보다 3계단 상승해 48위를 차지했다.

또 '페이크 러브'가 빌보드 '팝송' 차트에 38위로 진입하면서 K팝 최초로 이 차트에 2곡을 올린 가수가 됐다. 앞서 지난 1월 방탄소년단은 라디오 에어플레이로 집계하는 이 차트에 '마이크 드롭(MIC DROP)'으로 25위에 걸렸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EDM 듀오 '체인스모커스'와 DJ 스티브 아오키와 작업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숀 멘데스 등이 방탄소년단과 협업 의사를 밝혔다. 최근 '울트라 코리아 2018'에 헤드라이너로 출연한 DJ 제드는 '페이크 러브'를 리믹스해 들려줬는데 방탄소년단과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만나 협업을 의논하기도 했다.

방 대표는 지난해 말 간담회에서 "많은 분이 방탄소년단 성장을 이끈 핵심 역량, 전략, 성공 비결을 묻는다. 성공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현재로서는 답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음악의 진정성과 대중음악이 전달할 수 있는 격려와 위로의 힘을 믿어 오늘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대중음악평론가 문용민(필명 미묘)씨는 "방탄소년단은 서사의 활용이나 소셜 미디어, 해외 현지화 등 많은 면에서 굉장히 이례적인 선택을 한 팀이라 '모 아니면 도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불안할 수도 있었는데 버텨낸 뚝심이 대단하다. 5년 동안 자신들의 목소리로 동 세대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5주년을 맞아 이날 오후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2018 BTS 프럼 파티 - 리뷰 & 프리뷰 -'를 열고 팬들을 만난다. 또 8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북아메리카와 유럽지역 11개 도시에서 '러브 유어셀프' 글로벌 투어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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