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동아시아미래재단 대토론회 “변화의 시대 :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편”에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차기 당권 유력 주자로 점쳐지는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이 당권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손 전 위원장 본인은 직접적인 언행을 삼가고 있지만, 주변에선 그의 출마 결단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전 위원장은 30일 전남 순천과 나주를 방문, 양계·낙농업 농가와 인삼경작지를 방문해 가뭄 피해 현황을 청취했다. 손 전 위원장은 "한해(가뭄 피해)가 심해지니 와서 농민들 상황을 듣고 위로해달라고 해서 방문한 것"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이를 본격적인 당권 도전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손 전 위원장은 당초 7월 중하순까지 출마 여부를 결단할 예정이었지만 전당대회 일정 연기로 결단 시기를 다소 늦춘 상황이다. 그만큼 차기 당권에 대한 지지자들 생각을 청취할 시간을 번 것이다.

손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결단을) 다 했어야 되는 것"이라며 "(손 전 위원장이)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생겨 좀 더 많은 것을 들으려고 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손 전 위원장이 나설 경우 정치적 중량감이 있는 만큼 유력 주자로 전당대회 구도를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연기명식 1인2표제로 통합선거가 치러지면 유력 주자인 손 전 위원장에게 '표쏠림' 현상이 나타나리라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그러나 손 전 위원장 등판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손 전 위원장이 지난 2016년 총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며 정계에 복귀한 뒤 주요 국면마다 '구원투수' 내지 '필승카드'로 거론돼왔던 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꼽힌다. 이미 국민들에게 식상한 카드가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손 전 위원장이 6·13 지방선거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취임했을 때도 당 일각에선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라는 혹평이 나왔었다.

아울러 손 전 위원장은 이른바 '안철수계-유승민계 계파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송파을 공천 갈등 당사자이기도 하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후 미비했던 통·화합을 도모하려는 이번 전당대회 주자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당장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가 지방선거 완패 직후 지도부 사퇴로 인해 치러진다는 점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이었던 손 전 위원장 역시 패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 당 관계자는 "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사퇴한 걸 수습하는 자리에 상임선대위원장이 나온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앞으로 상대해야 할 여당과 제1야당의 인물들을 고려하면 손 전 위원장의 무게감과 인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친노·친문 좌장인 이해찬 의원이 유력한 당권 주자로 뛰고 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을 이끄는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의 경우 손 전 위원장과 경기지사 시절부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손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될 경우 경륜과 인맥을 적극 활용해 향후 전개될 야권재편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을 주도적 위치에 올려놓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손 전 위원장이 당권 행보 초읽기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되면서 다른 당권 주자들의 견제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장성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미래당만은 올드보이들이 판치는 최근 대한민국 정당판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게 걸어가게 만들 것"이라고 발언, 손 전 위원장을 '올드보이'로 규정하며 날을 세웠다.

한편 손 전 위원장이 당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그가 지방선거 전부터 거론해온 정계개편과 개헌, 선거제도 개편 이슈를 본격적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도정치'를 내세우며 여권 중심의 정치구도를 비판, 문재인 정부 견제에도 주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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