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할 수 있는 연가는 충분히 남아 있었지만, 최소 일주일 이상 자리를 비울 경우 돌아올 따가운 눈총을 견디기 힘들어서다.
일(Work)과 생활(Life)의 균형(Balance)을 뜻하는 '워라밸(WLB)'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정부와 기업계의 화두로 등장했지만, 공직사회의 '눈치' 문화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충북도교육청의 '본청 부서별 평균 연가사용 현황'을 보면 10일 기준 평균 20.7일의 연가 중 10.4일을 사용해 10.3일의 연가가 남아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평균 20.8일의 연가 중 11.9일을 사용해 8.9일이 남은 것보다도 오히려 사용일수가 줄어든 것이다.
공직사회에서조차도 당연히 챙겨야 할 권리가 사용을 주저하는 '그림의 떡'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부서별 현황을 살펴보면 시설과가 평균 20.1일의 연가 중 7.9일을 사용해 사용일수가 가장 적었으며, 남은 일수는 12.2일로 가장 많았다.
행정과(9.5일)와 유초등교육과(9.5일), 과학국제문화과(9.5일), 체육보건안전과(9.7일)도 연가 사용일수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장시간 일하는 문화와 방식을 개선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연가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수장인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지난해 7.4일 사용에서 올해 13.4일 사용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주명현 부교육감도 지난해 7.4일 사용에서 올해 11.2일로 4일가량 더 사용했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아직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서 정당한 쉴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연가보상비가 있기 때문에 연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속설도 현실과는 맞지 않는 얘기다.
지난해 사례를 보면 연가보상비를 지급할 수 있는 미사용 최대 연가일수가 도교육청은 10일이었지만, 지난해 평균 잔여일수는 8.9일이었다.
그만큼 여건이 된다면 '일·가정 양립',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바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교육청의 한 직원은 "예전보다 조직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연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지방 공무원복무규정에 따르면 쓰지 못한 휴가가 있으면 예산의 범위에서 최대 20일까지 연가보상비를 받을 수 있다.
재직 기간이 3개월을 넘으면 3일의 연가가 생기고, 재직 기간에 따라 2∼3일씩 늘어난다.
재직 기간이 6년 이상이면 1년에 21일의 연가가 발생하며, 병가를 받지 않았거나, 연가보상비를 받지 못한 연가일수가 있으면 각각 하루가 추가돼 23일까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