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A씨의 집 현관문.
빚 문제로 신변을 비관해 일가족 4명을 살해한 40대 가장에게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청주지검은 18일 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김성수)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3)씨에게 원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는 최후 변론을 통해 "어떤 식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정신이 있을 때 (숨진)아내와 자식들을 보고 가야 될 것 같아(항소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죄송하다. 미안하다. 평생 고통받으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A씨의 변호인은 "원심 판결 양형사유 중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고, 수면제를 미리 구입하는 등 계획적 범행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항소했다"며 "피고인이 가족 곁으로 돌아가서 여생을 반성하고 참회하며 살길 바란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지난해 8월24일 자신의 부인(39)과 세 딸(10·9·7)에게 수면제 성분의 약을 먹여 잠들게 한 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튿날 오후 1시47분께 양 손목과 복부 등에 자해를 한 채 숨진 일가족과 함께 발견된 A씨는 병원에서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뒤 대전의 한 병원에서 긴급체포됐다.

A씨는 경찰에서 "수년 전 진 빚이 수억원이 되자 심적 부담을 느꼈다"며 "가족과 함께 죽으려고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 직후 "가족들을 부탁한다. 사람들이 잘 안 보이는 곳에 묻어 달라", "죽고 싶다" 등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A씨에 의해 살해된 네 모녀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에서는 '경부 압박(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A씨 처제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했을 당시 A씨 부인은 안방에서, 세 딸은 작은 방에서 각각 이불을 덮은 채 누운 상태로 숨져 있었다. 입가에서는 거품 흔적이 발견됐다.

처제는 경찰에서 "언니가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아 집에 가보니 조카와 함께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옥천에서 10여년 간 체육관을 운영해온 A씨는 범행 직전 체육관 폐업을 준비하며 며칠간 문을 열지 않았다. 체육관 회원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가 이를 알아챈 학부모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A씨의 아파트에는 2억50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되는 등 수억원의 채무를 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7일 1심 재판부는 "양육 책임이 있는 가장이 가족을 반복해서 살해한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며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회 현상을 국가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다만, 범행을 깊이 참회하는 점과 지인들의 선처 탄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 선고 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5월9일 오후 2시 청주지법 223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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