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PD연합회가 SBS TV 시사교양물 '그것이 알고싶다'의 가수 김성재(1972~1995) 편 방송금지가처분 인용을 비판했다.

PD연합회는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국민들은 이 프로그램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방송금지가처분을 받았는지 직접 판단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가처분 신청인 김모씨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언론의 공익적 노력은 마땅히 필요하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5일 이렇게 밝혔다.

"법원은 기획의도에 진정성이 없다고 단정, 제작진의 양심을 판사가 임의로 규정했다. 제작진을 모욕하고 깊은 좌절을 안겨줄 수 있는 표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인의 인격과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면, PD들의 명예와 인격도 조금은 존중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PD연합회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자기 목적을 위해 공정성과 균형성을 팽개칠 정도로 상식에서 벗어났다는 법원의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작진은 김씨에 대한 무죄 판결 후 나온 과학적 성과인 연구 논문과 복수의 법의학자 인터뷰를 인용해 정당한 의문을 제기했고,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PD 혼자 만든 게 아니라, 작가들과 토론하고 데스크의 의견을 구하며 5개월 동안 자료조사와 취재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항변이다.

"SBS 자체 심의기구도 엄연히 활동하고 있다. 모든 시스템을 무시한 채 방송 비전문가인 몇몇 판사들이 프로그램을 재단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달 27일 방송 말미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 관련 예고편을 공개했다. 이후 김성재의 옛 여자친구인 김씨는 채권자의 명예 등 인격권을 이유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는 이를 인용했다.법원은 '그것이 알고싶다'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고 보기 어렵고 △가처분 신청인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PD연합회는 "재판부가 방송금지가처분을 인용한 가장 큰 이유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재판부가 '재심제도의 개선을 모색한다'는 기획의도를 전면 부정한 것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법부의 분위기에 영합한 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방송금지가처분 제도가 권력층이나 파렴치한에 의해 악용될 위험을 누차 지적해왔다. 법원도 이 점을 충분히 감안해 판결에 신중을 기해 온 게 사실이다. 이번 결정문은 '신청인 김씨는 공적 인물이 아니'라고 적시했고, '신청인이 김성재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방송되면 그의 인격과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법원의 취지는 존중할 만하다. 그러나 김성재씨 사망사건은 엄연한 공적 사건이며, 이를 밝히려는 공익적 보도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사전 검열이나 다름 없다. 방송금지가처분 제도는 어떤 경우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검열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이날 SBS PD협회도 성명을 내고 "전혀 예상치 못한 사전검열"이라고 비판했다. "5개월간 취재한 방송이 전파도 타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판 O.J 심슨 사건'이라 불릴 만큼 의혹투성이였던 당시 재판을 언급하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재판부의 결정에 유감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영국, 스위스 등에서는 재판 후에도 의문사로 남는 수많은 사건의 증거를 훗날 발전된 과학으로 재평가한다. '피해자 중심의 재심'(불이익 변경 재심)이라는 제도의 뒷받침을 통해 사법적 심판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사회적 요청을 반영, 공익적 논의의 필요성을 방송의 기획의도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관련법 개정안 발의 준비까지 포함해 방송을 준비했다며 "이번 방송금지 결정이 수많은 미제사건, 특히 유력 용의자가 무죄로 풀려난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를 갖게 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공적인물이 아니지만, 김성재 사망사건은 공적 사건"이라며 "신청인 개인의 인격과 명예만을 위해 공익적인 목적의 보도행위가 사전 검열로 금지되는 것은 타당한가.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과연 사법부가 추구한다고 천명한 사법 정의에 얼마나 부합한 판결인지 진정성 있게 되묻기를 바란다"고 했다.

듀오 '듀스' 멤버 김성재는 1995년 11월20일 서울 홍은동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김성재의 팔과 가슴에는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고, 시신에서는 동물마취제 '졸레틸'이 검출됐다. 당시 A는 용의자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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