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위반' 500만원 이상 벌금시 의원직 박탈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의 통과 과정에서 여야 간 발생한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를 수사한 검찰이 여야 국회의원과 당직자 총 37명을 기소했다.
검찰이 경자년(庚子年) 첫 머리에 내놓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수사 결과가 여의도를 강타했다.

지난해 4월 선거제·검찰개혁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폭력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2일 자유한국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까지 28명의 여야 현역 의원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리면서다.

여야 모두 검찰의 이번 기소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무더기 의원직 상실이 현실화할 수도 있어서 불과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이날 검찰이 채이배 의원 감금, 의안과 법안 접수 방해,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 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한국당 의원은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13명이며 곽상도 의원 등 10명에게는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여기에 원외 신분인 황교안 대표까지 포함하면 한국당은 당대표 및 의원까지 총 24명이 국회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기소됐다.

국회법 165조에 따르면 국회 회의 방해 목적으로 폭행·체포·감금·협박·주거침입·퇴거불응·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 같은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막거나 공무 집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국회법 165조를 어겨 500만원 이상 벌금형만 선고받아도 의원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을 5년 간 박탈당한다.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나오면 10년 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검찰의 이번 기소 결정으로 한국당이 치명타를 입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한국당은 올해 총선 전략에 일정 부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의원직 상실 우려가 있는 의원들에 대한 공천에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까지 필요한 시간을 감안할 때 올해 4월 전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한국당으로서는 기소된 의원들이 총선에서 당선됐다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경우를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무더기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도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대구·경북(TK) 같은 텃밭을 제외한 경합지역 공천에서 검찰의 패스트트랙 기소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한국당으로서는 황 대표의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황 대표는 대법원에서 국회법 위반으로 500만원 이상 벌금형만 확정돼도 2022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선거 국면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현역의원 상당수가 재판 출석 부담을 지게 되고 당 전체적으로도 불법·폭력 이미지로 점수를 깎이게 된 점도 아픈 대목이다.

이에 한국당은 '야당 죽이기'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재판을 통해 진실을 가리겠다고 나섰다. 자당 의원들에 대한 처분이 민주당보다 과도하고 편파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게 한국당의 시각이다.

황 대표는 이날 경북 포항 흥해체육관에서 지진피해 이재민 대피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불법에 대한 저항은 무죄다. 기소에 대한 전부에 관해 무죄 주장을 할 것이고 정의는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전 원내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명백한 정치보복성 기소이자 정권 눈치보기식 '하명 기소'"라며 "결코 검찰의 억지 기소, 보복성 기소에 굴하지 않을 것이다. 법의 원칙에 입각해 검찰의 기소 결정의 문제점을 재판 과정에서 낱낱이 밝히고 진실과 정의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의안과·사개특위 앞 공동폭행 혐의 등으로 고발된 이종걸·박범계·표창원·김병욱 의원 등 4명이 불구속기소됐으며 박주민 의원에게는 약식명령이 청구됐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법보다 상대적으로 피선거권 제한이 어려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여서 총선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폭력 등 일반 형사 사건의 경우 국회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아야 의원직이 상실되고 피선거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진성준 간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소 여부는) 검증 과정에서는 영향을 끼칠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히려 자당 의원들에 대한 이번 기소 결정을 검찰 개혁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을 재가한 당일 검찰이 여당 의원을 '표적 기소'한 것은 개혁에 저항하는 행위라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이해식 대변인은 "기계적 균형을 맞춘 매우 편파적인 수사 결과"라며 "그동안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다가 공수처법이 통과되고 새로운 개혁 장관이 임명되자 뒷북 기소를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을 통해 "검찰에서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게 아닌가 의아하다"며 "추 장관이 오늘부터 업무를 시작하니 보란듯이 발표를 했다. 매우 정치적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3일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 회의를 재가동해 당 차원의 대응책 모색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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