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선수

한 달 만에 다시 빅리그 마운드에 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11일(한국시간) 캐나다 스포츠넷에 따르면 찰리 몬토요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은 류현진이 15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 선발 등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탬파베이전은 류현진에게 단순히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시즌 후반기 들어 주춤한 류현진은 올 시즌을 3선발로 시작했다.

에이스의 무게감을 내려놓은 류현진은 기대와 달리 초반부터 크게 흔들렸다. 첫 경기였던 지난달 11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3⅓이닝 5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하더니 17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상대로도 6피안타 5실점으로 4이닝 만에 조기 강판됐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3.50(7⅓이닝 11자책). 아직 초반이지만 분명 류현진과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두 경기 류현진의 빠른 공 평균 구속은 89.5마일(약 144㎞)로 지난해 89.9마일(약 145㎞)과 엄청난 차이는 없다. 다만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던 2019년의 90.7마일(약 146㎞)에 비하면 2㎞ 가량 느려졌다.

더 큰 문제는 로케이션이다. 한창 좋을 때 타자들의 배트를 비켜가거나 범타를 유도했던 체인지업 등이 제법 맞아나갔다.

스트라이크 존 비슷한 위치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존을 통과하는 구종들은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빠른 공의 위력이 반감되고 변화구마저 원하는 곳에 던지지 못하면서 과거의 위용은 완전히 사라졌다.

오클랜드전 이후 왼 팔뚝 통증을 호소한 류현진은 다음날 곧장 부상자 명단(IL)에 등재됐다. 이후 한 달 가량 주어진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복귀를 준비했다.

류현진은 지난 8일 토론토 산하 트리플A 팀인 버펄로 바이슨스 유니폼을 입고 더럼 불스(탬파베이 산하)를 상대로 부상 후 첫 실전 등판을 치렀다. 결과는 4이닝 5피안타(1홈런) 6탈삼진 5실점(2자책).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류현진은 "내가 던지고 싶은 모든 구종을 던졌다. 던진 이후 몸 상태도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무엇보다 팔에 불편함이 감지되지 않은 것이 고무적이다.

토론토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MLB) 직장폐쇄 여파로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몸을 만들어야 했다. 친정팀 한화 이글스의 도움을 받았지만 소속팀에 합류해 훈련을 진행하는 것과는 분명 달랐다.

이 기간 중 코로나19에 확진돼 잠시 야구공을 놓기도 했고, 일정이 꼬인 탓에 원활한 시즌 준비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시범경기는 한 차례 소화에 그쳤다.

급하게 마운드에 서야 했던 시즌 초반과 달리 현재의 류현진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준비를 마쳤다.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일지도 모를 왼팔 통증에서도 자유로워졌다.

복귀 무대가 될 탬파베이전에서 류현진은 많은 투구에 임하진 않을 전망이다. 짧은 이닝이라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류현진의 진짜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저작권자 © 매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