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모(초평전담 의용소방대장)
지난 2011년 3월, 1명이 근무하던 진천소방서 지역대의 통폐합으로 인하여 내가 몸담고 있던 초평면의용소방대는 전문적인 조직으로 재편성돼 전담의용소방대로 거듭나는 전환기를 맞았다.

어찌 보면 지역 주민들이 소방의 사각지대로 내몰릴 위기 속에서 우리 30여 초평의소대원들의 봉사정신이 더 한층 요구되는 악조건에서도 지역 사랑이 남다른 동료 대원들이 있어 도내 여느 전담 의소대를 능가하는 위치에 설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이런 자부심의 이면에는 그만큼 우리 의용소방대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하여 한 발 더 뛰는 의용봉공 활동이 뒤따랐음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 발맞춰 소방서에서는 전담의용소방대를 위한 장비 보강과 예산을 적극 지원해 줌으로써 소방의 공백을 최소화 하고 있다.

요즘 모 방송사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심장이 뛴다’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방통로 확보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소방차 통행로 확보일 것이다.

특히 다수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 내의 주차환경은 열악한 실정이다. 일부 무분별한 주차와 소방차전용주차선을 무시한 주차로 인하여 소방차가 진입하기 힘들어 출동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길에도 분명 생명이 깃들여 있다. 특히 소방차 통행로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고대로부터 모든 일상생활은 길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고, 그 중심은 바로 사람으로 이 모두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을 소통하기 위한 도구 중의 하나가 바로 길이다.

도로에 설치된 신호등은 국민 모두가 기초 질서를 지키기 위한 약속이다. 약속은 지킬 때 아름답듯이 길 역시 길이라는 본연의 쓰임새를 다 할 때 그 가치가 극대화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방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민의 안전과 밀접한 소방차 통행로에 생명을 불어넣는 프로젝트에 다 같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해 본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지금 소방 긴급자동차가 출동하는 재난현장에 내 가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분명 소방차를 위하여 길을 비켜 줄 것이다. 이런 작은 관심과 배려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바로 내 가족, 내 이웃을 위한 사랑의 실천이다.

우리는 흔히 보편적인 일보다 놀라운 일들을 기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적의 이면에는 어느 한순간 이루어진 우연이라기보다는 어떠한 인과관계가 상당기간 진행되어 성립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어릴적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불조심 표어 중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보자’라는 문구는 성인이 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격언이 된 것처럼 ‘언제 어디서나 소방통로 확보’라는 의식을 국민들 모두가 정립해 나간다면 소방차 통행로는 분명 생명의 길, 기적의 길이 될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출근길에서 교통 신호등을 만난다. 빨강, 파랑, 황색, 화살표로 구성된 단순한 표식이지만 그 속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이 존재한다. 정지할 때와 출발할 때의 철저한 약속은 우리들의 안전과 직결 된다. 그 약속이 어긋나면 어김없이 질서가 깨어지고, 사고라는 불행이 동반하게 된다.

이것은 소방차 통행로와 무관하지 않다. 소화전 주변 및 소방도로상의 불법 주정차 안하기, 굽어진 도로, 골목길 이중주차, 양면주차 안하기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설정한 최소한의 안전 라인이라는 점이다. 이런 안전 라인이 지켜진다면 각종 재난 현장에서 소방차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소방관들의 탄식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세상이 당연하고 보편적인 진리로 인식되는 그런 세상을 희망해 본다.

 

저작권자 © 매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