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백곡 성대감리교회 목사)

유럽의 종교개혁자인 루터와 쯔빙글리는 각자가 추구하는 종교개혁의 방향이 달랐다.

두 사람은 이에 대한 논의를 할 때마다 의견충돌이 잦았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이 스위스의 한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 때 두 마리의 염소가 매우 좁은 다리 위에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염소들은 다리 중간에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면서 곧 한판 싸움이 붙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잠시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였다.

염소 한 마리가 다리 위에 납작 엎드리자 다른 염소가 엎드린 염소의 등을 밟고 조심히 다리를 건너고 엎드린 염소도 일어나 무사히 다리를 건너갔다.

루터와 쯔빙글리는 이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화해의 악수를 나누었다.

이렇듯 이해와 배려, 겸손과 양보로 서로가 스스로 낮추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는 분쟁과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과 일치를 이루어가는 선한 사회를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고소ㆍ고발이 무려 69만9865건이 접수됐다.

법체계가 우리와 비슷한 일본과 비교해도 60배 이상 많은데 각계각층에서부터 동네 이웃에 이르기까지 고소·고발이 난무한다.

대화와 타협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만연한 불신풍조뿐만 아니라 이기심, 자존심, 화(분노), 물질만능주의 등 여러 요소들이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강팍하고도 냉정하게 만들어간다.

이로 인한 폐해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말할 수 없는 후유증을 앓게 한다.

예전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아들과 관련된 보복폭행이나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일반인들의 폭행사건 등은 결국 순간의 화(분노)를 참지 못해 벌어진 결과들이다.

미국의 심리학회의 캐치프 레이즈는 “당신이 분노를 조절하지 않으면 분노가 결국 당신을 삼켜버릴 것이다” 하였다.

화를 참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반복되는 의식적인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남아프리카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흑인 인권운동 투쟁 중 붙잡혀 오랜 기간 감옥에 수감됐을 때 억울함과 열악한 감옥환경에 적응이 안 돼 그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변호사가 찾아왔을 때 “여긴 지옥이야, 지옥”하며 분통을 떠뜨렸다.

그러나 결국 그는 아무리 분노하여도 환경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바꾸기로 하였다.

어느 날 변호사가 면회 와서 안부를 물을 때 “지금은 천국이요” 했다.

변호사가 “감옥의 한경이 많이 개선되었나 보군요” 하니, 그는 “아니, 감옥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이 변했소” 하였다.

이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의미와 십자가의 사랑을 생각해보자.

내 마음과 생각을 조금만 낮추고 내려놓자.

조금만 포기하고 여유를 좀 더 넓혀보자.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람 있는 한 해의 포근한 마무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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