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백곡 성대감리교회 목사)

꽃이 필 무렵 갑자기 매운 추위가 온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꽃샘추위’.

장롱 속에 넣어 두었던 두툼한 옷을 꺼내게 할 만큼 쌀쌀해져 흠짓 놀라게 한다.

폴란드에서는 이 꽃샘추위를 ‘정원사의 겨울’이라고 한다.

봄이 왔나 싶어 정원을 손질하러 나온 정원사가 추위에 놀라 다시 들어가 버렸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봄길 따라 꽃향기 타고 온 봄꽃천사가 화사하기만 한 완연한 봄이다.

매화, 진달래 만발하고 강남 갔던 제비 돌아오면 겨우내 웅크렸던 마음이 향긋한 봄볕에 설레이게 마련이다.

이때쯤 우리네 조상들은 물가에 앉아 시를 읊고 음식을 나누며 봄기운을 받았다.

특히 이때는 바깥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던 조선시대 여성들에게 일 년에 몇 번 공식적으로 나들이가 허용되는 때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집집마다 쌀을 거둬 떡을 하고 묵도 쑤고, 화전을 부칠 재료를 준비하며 들뜬 마음으로 꽃놀이를 준비한다.

그리고 꽃단장하고 풍물까지 치며 흥겨운 가락에 맞춰 꽃놀이를 하고 화전을 부쳐먹고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자연 속에서 음식과 마음을 나누며 삶의 여유를 회복하고 삶의 고됨을 치유하는 그들이야말로 진정 봄을 즐기는 탁월한 지혜를 가졌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또는 지난겨울을 보내면서 얽매이고 갇혔던 답답함과 힘겨움이 있고 고되고 힘겨운 몸과 마음의 아픔이 있다면 그 틀에서 뛰쳐나와 삶의 여유를 되찾고 마음의 치유를 회복할 수 있는 꽃놀이를 가져봄은 어떨까.

카이오와족의 격언에 “봄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심조심 걸어라. 어머니대지가 아이를 배고 있으니까” 한 것처럼 봄은 희망차고 생동감 넘치는, 회복과 치유 그리고 가능성의 계절이다.

이 땅의 온 대지가 열정을 품고 희망을 싹 틔우고 있다.

지난겨울의 차디찬 힘겨움을, 싸늘한 고통어린 상처를 따스하고도 포근한 봄바람으로 어루만지며 어머니처럼 온 대지를 끌어안아 품는다.

H.W.아놀드는 “가장 큰 파산은 열정을 잃어버린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열정만은 잃지 말라. 그러면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하였다.

루스벨트는 “인생이 주는 최고의 상은 가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하였다.

그렇게 봄은 우리를 품고 어루만지며 회복과 치유, 희망의 기회를 주고 있다.

화사한 봄꽃이 온 대지를 푸르게 물들이듯 열정으로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강하고 담대하게 물들여서 다시 한 번 새롭게 회복하고 치유되어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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