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백곡성대교회 담임목사)

조선시대 고을 수령과 지방 아전들은 팽팽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였다고 한다.

아전은 지방의 하급관리지만 세습직으로 지방정치의 실세였다.

조선 전기의 아전들의 숫자는 3만3천명이었으나 후기에는 그 숫자가 증가하고 아전들의 부정과 농간도 매우 심했다.

백성은 토지로 논밭을 삼지만 아전은 백성으로 논밭을 삼는다는 풍자가 있을 정도였다.

선조 때 안동 부사와 충주 목사를 역임했던 우복령이 고을을 다스리고 있을 때, 그가 세금을 내지 못하고 있는 백성을 불러 물었다.

“나라의 곡물을 왜 납입하지 않느냐, 네 집에 있는 물건으로 대신 낼 수 있겠느냐?”

“가난하여 다른 물건은 없고, 다만 닭 한 마리가 있습니다.”

“마침 잘 됐다. 그 닭을 삶아오도록 하여라. 내가 먹고 네가 갚을 곡물을 대신 감해주마.”

백성은 우복령의 말대로 다음날 닭을 바쳤다.

우복령은 이를 보고 웃으며 말하였다.

“내가 너희를 희롱한 것이다. 어찌 수령으로서 백성의 닭을 먹고 국가의 곡식을 축낼 수 있단 말이냐. 속히 가거라.”

백성이 낙심하여 문밖으로 힘없이 걸어 나갔다.

그러자 아전들이 그 닭을 모두 나눠 먹어버렸다.

얼마 뒤 우복령은 다시 백성을 불러들여 “다시 생각하니 너에게 닭을 잡아오게 하고 받지 않는다면 너를 속이는 것이니 네가 닭을 도로 가져오면 처음 약속대로 하겠다.”

“제가 바친 닭은 이미 아전들이 다 나누어 먹은 줄 아옵니다.”

“그럼, 할 수 없지. 세금으로 바친 닭을 아전들이 먹어치웠으니 네가 낼 세금은 아전들이 나누어내야 되겠구나.”

결국 아전들은 백성이 내야 할 세금을 고스란히 대신 내주어야 했다.

그 후 아전들은 수령을 속이거나 농간하는 일이 없었다.

비록 지방의 하급관리였지만 막강한 실세로 군림했던 아전들과 그들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고 바른 민정을 펼치고자 했던 우복령, 팽팽한 대립과 견제 속에서도 맑고 곧게 펼친 민정과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중국의 전 국무원 총리였던 주룽지의 이름은 중국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주룽지만한 인물’이라는 말은 곧 청렴하고 유능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주룽지는 공직에 있는 동안 친지들로부터 청탁 자체를 받지 않았다.

상하이 부서기, 시장, 서기로 재임할 당시 마침 그의 조카가 상하이시 방직국 부서기로 일했다.

그 때 주룽지는 “내가 상하이에 있는 동안은 출세할 생각을 말라”하였고, 실제로 조카는 4년 동안 승진을 못했다.

주룽지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안에 신경쓸까봐 염려하여 총리가 된 후 고향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자신은 물론 아랫사람들의 행동과 마음가짐을 늘 단속했던 그는 2003년 공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한결같아 큰 존경을 받았고 공직사회의 만연된 부패를 척결하고 개혁을 해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을 주도하였다.

국민을 생각하는 것은 점수 따기 위해 듣기 좋은 소리를 말로만 아부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나라를 생각하는 맑고 곧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한결 같이 변함없는 진실한 행함으로 인한 신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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