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에 가 봅시다”
“왜요?”
“ 기타반에 등록하러”
3월초, 남편의 느닷없는 제안에 난 반가우면서도 반신반의하며 얼른 따라나섰다.

결혼한 지 어느덧 30여 년, 남편의 나이는 이제 예순을 넘어섰다. 그 동안 두 아이들을 키워 독립을 시켰다.

이제 자기 일손을 내려놓고 취미생활을 하며, 자아를 찾아보겠다고 나선 것이 고맙다. 참 열심히도 살아왔다.

그간 남편이 별 취미도 없이 시간나면 가끔씩 친구들이랑 화투장 만지작거리는 것이 못마땅해서 다른 취미활동을 권했었다. “그러마”하고 손가락까지 걸면서 약속을 했던 것을 이제야 시도를 하게 됐다.

친정아버지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사람은 다 타고난 목기가 다르니, 자기 목기대로 먹고 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 것 같다. 나도 이만큼 살아보니 그 말씀이 옳은 것 같다.

남편은 친정식구와 다르게 음악에 대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도 휘파람을 분다든지 손바닥으로 장단을 치는 모습들을 보며, 남편이 음악공부에 도전해 보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어떤 선생님한테도 음악을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그래서 더욱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는지 몰라도 문화원의 기타 반에 등록하고 하모니카 반도 같이 등록을 했다.

며칠 뒤, 대전 가는 길에 악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큰 도시라 그런가 마침 찾아간 곳이 꽤 큰 악기사인 듯싶다.

남편은 좋아라하면서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잡았다. 그래도 아주 싼 것은 아닌듯한 하모니카를 함께 공부하기로 한 친구의 것까지 사들고 왔다.

집에 오자마자 하모니카를 분다. 동요, 가요 등 자기가 알고 있는 노래를 3시간 동안 꼼짝도 않고 불고 있다.

썩 잘 부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악기 소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처음엔 시끄럽고 내 일에 방해가 되는 듯 하여 조금은 짜증도 났다.

그러다 오랜 시간동안 꼼짝도 않고 불고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동이 밀려왔다.

보통 때 남편한테는 참을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는데 저리 장시간 몰두하는 것을 보니 사람에 따라 목기 다르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지금은 비록 쉬운 동요나 선생님께 배운 대로 연습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 출석하고 그 날 배운 곡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기타 연습도 그렇다. 고등학교 때 독학으로 몇 줄씩 튕겨봤다고 하는데 선생님한테 배우니 어렵다 하면서도 재미가 있는지 열심이다.

출석한 다음은 배운 곡을 꼭 마스터해야한다면서 열심히, 아주 열심히 한다. 이젠 연습하는 소리도 시끄럽지 않다.

이럭저럭 일 년이 지나면 아름다운 곡 또는 내가 좋아하는 곡을 함께 노래 부르며 연주해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가고 있다.

만물이 소생함과 함께 마당가에 산수유,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 온 대지가 푸르름을 지나 풍성한 과실을 맺듯,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날엔, 남편이 함께 배운 이들과 멋진 연주 발표회를 열겠지?

지금도 시간이 오는지 가는지를 모르고 기타 줄을 튕기고 있다. 늦은 나이에 새로 시작한 악기 연주는 남편에게 청춘이요, 새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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