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기념물383호 '괴산 적석리 소나무'
34번 국도를 따라 충북 괴산군 연풍을 지나다 보면 적석2터널 고갯마루에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이 소나무가 바로 천연기념물 383호 "괴산 적석리 소나무"이다.

터널 위 소나무가 서있는 고갯길은 영남에서 이유릿재(이화령)를 넘어 괴산을 거쳐 한양(서울)으로 가던 옛길이다.

현재는 연풍면 종산 마을에서 입석마을로 넘어가는 길이 옛길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적석리 소나무는 약 400여 년 전 입석마을이 생겨나기 전부터 입석고개에서 자라던 나무라고 한다.

높이 21.2m, 가슴높이의 둘레 3.48m의 크기로 속리산의 정2품송과 비슷한 모습이나, 줄기가 끝으로 가면서 5°정도 기울어 비스듬하게 자랐다.

소나무 아래에는 마을사람들이 나무를 보호하려고 뿌리 주변을 자연석으로 두르고 길을 구획해 놓았다.

옆에 있는 자그마한 건물터는 고갯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여행길의 안전을 기원하던 제당이 있었던 곳이다.

오래전 입석마을에는 마을 입구에 있는 소나무, 양지말 뒤 국사당의 소나무, 마을 위 소나무 숲 등 3곳에 동제를 지내던 풍습이 있었다.

마을 주민인 박선동 할아버지(78)는 기억이 생생하다.

동제를 지낼 때는 생기 복덕을 살펴 제관을 정했는데 제주는 1주일 전부터 바깥출입을 삼가는 등 근신을 했어. 제주 집에는 황토칠을 해서 금기를 정했지, 고갯마루에 있는 소나무에는 개인별로 제사하는 사람들이 제당을 만들어 제를 지냈지.

우리 어릴 적에는 벚나무가 소나무에 붙어서 컸는데 언젠가부터 없어졌어, 70년대 초까지 마을에서 대보름 전날 밤 동제당 세 곳에 동제를 지내왔는데 새마을운동 하면서 미신타파 한다고 없앴지. 그 때 개인들이 제를 지내던 고갯마루 제당까지 같이 없어졌어, 적석리 소나무 옆에서 20년 넘게 사과 과수원을 일구시는 김진만 할아버지(78)는 아쉬움이 있는 듯하다.

70년대에 제당이 없어지고 나서도 요 몇 년 전까지는 가끔 치성드리는 사람이 있었지.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고, 동네 사람 중에도 하는 사람이 있었어. 때로는 떡을 나눠 줘서 먹곤 했는데 요즘은 안 보이네,

오랜 세월동안 고갯길을 지나는 행인들과 주민들이 보살펴왔던 적석리 소나무는 연풍천을 따라 신작로가 나면서 행인들이 뜸해지고, 다시 포장도로가 생기고, 최근에는 터널길이 나는 등 세월이 지나면서 교통로가 바뀌는 변화를 바라보며 오늘도 고갯마루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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