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주혁씨의 사고 원인이 미궁 속으로 뻐져드는 양상이다.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주혁씨의 사고 원인이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부검을 했지만 약물이나 음주 등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 차량에서 발견된 블랙박스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없어 사고 경위는 오리무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등을 통해서는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고 상황 재구성과 차량 분석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강남경찰서와 도로교통공단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삼성동의 한 아파트 정문 근처에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차량의 속도와 타이어 흔적 등에 대한 분석이 진행됐다.

이날 조사단은 거리측정기와 3D스캐너, 드론 등을 활용해 정밀 조사에 돌입했다. 이들은 사고 당시 차량의 정확한 속도와 차량 간격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을 벌였다.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턱에는 김씨가 몰던 벤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그랜저를 추돌한 후 인도로 돌진한 경로를 따라 군데 군데 흰색 페인트가 칠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드론, 3D스캐너 등의 장비를 이용해 사고 현장의 도로 상황과 노면 표시, 도로경사도 등을 정밀 측정했다"며 "그랜저와 1·2차 사고 현장의 거리, 건물 충격 후 최종 전도 위치까지의 거리 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벤츠와 그랜저의 사고 당시 속도와 진행과정, 벤츠가 그랜저를 충돌한 후 전도 지점까지의 속도 등 주행 과정 분석을 위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도로교통공단 등은 이미 확보한 사고사진과 영상자료에 더해 이날 실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고를 분석할 예정이다. 결과는 다음달 중순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전날 "국과수의 김씨 부검 결과 약독물 검사에서 미량의 항히스타민제가 검출된 이외에 알코올이나 특기할 만한 약물과 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장 검사에서도 심장동맥 손상이나 혈관 이상, 염증 등이 발견되지 않아 심근경색이나 심장전도계의 이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

김씨의 차량과 충돌한 그랜저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가슴을 핸들에 기댄 채 양손은 핸들을 감싸쥐고 굉장히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 머리 손상에 앞서 이미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하는 건강 이상이 발생했다는 의심이 제기됐었다.

부검 결과를 통해 의문이 밝혀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국과수는 다만 심장이나 뇌 등에 사후에 밝히기 어려운 기능실조가 먼저 진행됐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진 않았다.

국과수는 또 지난 2일 차량 내 조수석 의자 밑에서 블랙박스를 발견했지만 원인 규명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음성이 나오지 않아 녹음이 됐는지 여부를 감정 중인데 현재까지 국과수의 검사 결과를 보면 음성녹음 기능을 꺼둬 녹음 자체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원주 국과수에서 급발진 등 차량 결함이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지만 경찰은 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한 결과 에어백은 정상 작동됐고 김씨는 안전벨트를 착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30분께 서울 삼성동의 한 아파트의 정문 근처에서 일어난 차량 전복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사고 직후 의식을 잃은 김씨는 서울 화양동 건국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오후 6시30분께 사망했다.

차량은 지붕이 찌그러질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았다. 김씨의 직접 사인은 머리뼈 골절 등 머리의 손상이다.
 

저작권자 © 매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