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청주공장.

 '미국 보호주의'와 '미중무역분쟁'이라는 양대 무역악재를 만난 충북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에는 충북 경제의 심장인 SK하이닉스가 미국 진출에 대한 중국 측의 압박까지 받으면서 충북의 향후 수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우선 올해 들어 충북 무역의 28%를 차지하는 중국으로의 수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다.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충북의 대중(對中) 수출액은 19억9363만4000달러로 전년 대비 2.8% 늘었으나 수출 증가폭은 전년 6.9%에 비해 4.1% 포인트 낮아졌다.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둔화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와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이어진 데다 충북의 중간재로 만든 중국 완제품이 미중 무역분쟁 장벽에 막힌 탓이다.

최근에는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거래제한기업으로 지정하면서 충북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SK하이닉스의 최대 거래처 중 하나인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수록 중간재인 SK하이닉스 반도체도 2차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서다.

올해 4월까지 대중 반도체 수출액은 7억8981만6000달러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으나 홍콩 반도체 수출량이 35.2% 감소한 13억5624억6000만 달러에 그친 점도 이 같은 상황을 방증하고 있다. 전 세계 교역의 허브 역할을 하는 홍콩으로의 수출이 줄었다는 것은 중국과 미국 등 제3국으로의 물류 배송이 동반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슈퍼호황을 누리던 충북의 반도체 수출은 올해 4월까지 23억3488만3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1%나 하락했다. 전체 수출액도 70억7999만5000달러로 5.3% 감소하며 '불황형 흑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이달 초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를 불러 "미국의 대중 제재에 협조할 경우 비참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충칭과 우시 등지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인 SK하이닉스로서는 중국 당국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지난해 청주테크노폴리스에 SK하이닉스 M15 공장을 품으며 낸드플래시 허브로서의 도약을 선언한 충북으로서도 중국 당국의 압박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충북은 지난 2017년 '사드 경제 보복' 때 대중 수출 전선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당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품목이 완제품에 집중됐던 탓에 반도체 등 중간재 위주의 충북 무역은 보복 조치에서 한 발 물러나 있었다.

오히려 중국 내 반도체 슈퍼 호황에 힙입어 전년 대비 18.8% 증가한 57억5258만3000달러를 수출하며 역대 최고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반면, 그해 미국으로의 수출이 반덤핑과 상계관세를 앞세운 '트럼프노믹스에' 막혀 전년 대비 19.0% 감소한 14억8704만2000달러에 그쳤다. 충북은 2018년에도 8.5% 감소한 13억6119만4000달러로 고전했으나 올해 들어 9.0%의 증가율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 충북의 교역 국가 3위였던 미국은 4위로 떨어지고, 베트남이 3위 자리에 진입했다.

올해는 미국과 중국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여전한 데다 두 강대국의 무역 패권전쟁 탓에 사드보복에서 비켜나 있던 대중 교역도 직접 타격권 안에 들어왔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패권주의가 맞물린 고래 싸움에 충북의 새우등만 터지게 생겼다"며 "어떤 외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반도체, 2차 전지, 전력용기기 등 중간재 위주 수출 품목을 보다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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