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소식 공개는 그 혈육 관련된 인도적 사안"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지난 2018년 11월 로마에서 잠적한 북한의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국내로 입국해 정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에 대해 "어떻게 이것이 노출됐는지가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영국 북한공사를 지낸 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왜 이 시점에 알려졌는지 (모르겠다)"며 "저 같은 경우도 생년월일을 다 새로 해서 북한이 찾지 못하게 했다. 북한의 테러 등 위협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딸이 북한으로 끌려가 있는 특수한 상황"이라며 "조성길 부부의 소재가 어디냐에 따라 북한에 있는 친척들과 혈육에 대한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 언론도 이 문제를 유의해서 인도적 견지에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경위에 대해 정부가 설명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정부가 설명을 한다면 그가 한국에 왔다는 사실이 고착되지 않을까"라며 "조성길 본인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가급적으로 공개하거나 노출시키지 말고 지난 시기처럼 두는 게 본인과 북한에 좋지 않을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전 대사대리를 향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은 아버지로서 자녀에 대한 안위"라며 "모든 것은 조성길 본인과 북한에 두고 온 자녀의 안위를 생각하는 차원에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 전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에 대해 "북한 외교관들 중에서도 매우 찾아보기 힘든 높은 업무능력과 지식을 갖고 있는 외교관이었다"며 "북한 외무성 내에서도 이탈리아와 프랑스 통으로 인정받았다"고 기억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평양외국어학원, 외국어대학 등 북한 일반 자녀들이 갈 수 없는 특별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그분 아버님과 장인 등은 북한의 오랜 베테랑 외교관으로서 활동했다. 저보다도 대단히 상류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그런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서도 "조성길이 만약 대한민국에 와 있다면, 딸을 북에 두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우리 언론이 집중조명과 노출을 자제했으면 한다"며 "나는 오늘 외교부 국감(국정감사)에서 조성길 관련 질의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 의원은 지난 2019년 1월 조 전 대사대리에게 한국 망명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는 등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태 의원은 "조성길과의 오랜 정을 생각해서 그를 우리 대한민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었다"며 "그러나 조성길이 북한 대사관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그의 딸을 데려오지 못했고, 북한은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즉시 대사관 직원을 시켜 그의 딸을 평양으로 강제로 귀환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조성길의 한국행을 계속 주장하며 활동을 하게 되면 조성길은 물론 북으로 끌려간 딸에게도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충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도주자, 이탈자로 분류된 탈북 외교관들의 북한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불이익 중 가장 가혹한 처벌은 지방으로의 추방"이라며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는 등의 극단적인 처벌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절자, 배신자의 가족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18년 11월 로마에서 잠적한 북한의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국내로 입국해 정착한 사실이 파악됐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대사는 작년 7월 한국에 입국해서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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