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도·위협도 떨어졌다 vs 북한 눈치 보기

▲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을 앞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성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군이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포착하고도 이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군 당국 간에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말자는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4일 오전 북한 순항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우리 군은 한미 간에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 미사일 관련 사항을 긴밀하게 보고 있었고 포착했다"며 "다만 북한 관련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호해야할 가치와 정보, 언론과 국민의 알 권리, 국민 안정 등과 연관해서 우리가 설명할 부분은 설명하고 보호할 부분은 보호한다"며 "군의 대비태세와 감시태세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순항미사일 발사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때는 오전에 순항미사일을 포착했고 이후 수호이 (전투기) 계열 공대지 관련 활동이 있어서 일련의 합동타격훈련이나 연관된 훈련으로 설명한 적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공개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역시 언론 보도 이후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사후 확인해주는 데 그쳤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존 서플 인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현지시간으로 23일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지난 주말 최소 1 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소리 방송(VOA)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지난 주말 북한의 군사활동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탄도미사일 활동을 제한하는 유엔 안보리에 대북 결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당국자는 미국의소리 방송에 "북한은 미국 정부에 메시지를 보낼 때 쓰는 익숙한 도발 목록이 있는데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 이동식과 잠수함 발사형, 핵과 열핵 시험이 있다"며 "전문가들은 지난 주말 활동은 이런 범주 중에서도 낮은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한미 군 당국의 조치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번 발사 건은 양국이 공개하지 않을 만했다는 의견과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이날 뉴시스에 "(북한군 동계)연습기간에 준비태세를 한번 보려고 점검하고 검열했을 수 있다. 김정은 공개 활동이 안 보인 것에서 대외 과시 목적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크게 대단한 게 아니니 묻고 넘어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미국이 그간 북한을 대하는 것을 보면 의도적 무시가 있다. 북한이 담화를 하거나 이런 식의 도발을 할 때 반응을 하면 오히려 북한에 끌려간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이번 순항미사일도 일부러 발표하지 않았다고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신종우 한국국방안포럼(KODEF) 사무국장은 북한 눈치 보기의 일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국장은 뉴시스에 "과거에는 우리 군이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 지대함 미사일을 다 공개를 했는데 이번에 안 했다"며 "감추기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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