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측 "협상 바닥 친 상황…이제 후보들이 나설 것" 담판 부각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충남 천안 단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손평오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 지역 선거대책위원장 빈소를 조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후 야당은 단일화 결렬을 놓고 책임 공방에 이어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 이 사이 단일화 결렬에 실망한 일부 중도층이 이탈하면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하락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초접전을 벌이는 상황으로 대선 국면이 전환됐다.

이런 가운데 대리전 양상을 띤 양측의 감정싸움이 극에 달하면서 단일화의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보들 간 담판만이 지리한 공방을 끝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번 주말 양당 후보의 회동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정치권에선 단일화 담판의 관건으로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단일화 제안 수용 ▲'공동정부' 수준의 파격 제안 ▲안 후보 조롱에 대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사과' 등이 꼽힌다.

안 후보는 23일 경북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는 주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런 계획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같은 날 공개된 부산일보 인터뷰에서는 "지금도 제 제안(여론조사 경선)을 받을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받는다면 또 모르겠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야권 단일화 요구 목소리에 대해서도 “지금은 오히려 (윤 후보 쪽에서) 전혀 그럴 생각이 없지 않느냐. 이 대표부터 해서 윤 후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라며 윤 후보의 태도 변화에 따라 상황이 바뀔 여지를 남겨뒀다.

안 후보는 24일 "(부산일보) 인터뷰를 언제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단일화) 결렬 선언을 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다 지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지만 해당 인터뷰는 지난 22일 이뤄졌다.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은 그보다 앞선 지난 20일이었다.

윤 후보와의 만남을 묻는 질문에도 "어떤 연락도 받지 못 했다"고 답했다. 윤 후보 측의 제안이 오면 회동에 응할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안 후보와의 협상 카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윤 후보 측에서 국민의당이 원하는 공동정부 수준의 파격 제안을 제안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퇴로로 열어달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과 같은 연립 정부 구상이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전날 이준석 대표가 안 후보 사퇴를 전제로 합당을 제안하면서 윤 후보 측에는 총리 등을 노리는 인사들이 많아 공동정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안 후보는 합당이든 단일화든 논의가 된다면 윤 후보와 자기가 해야 할 문제라 판단했다고 이 본부장은 전했다. 안 후보는 이날 관련 질문에 "자세한 내용을 들은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단일화 결렬 위기감 속에서 야권 일각에선 이준석 대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가 2월초 안 후보 측에 물밑으로 합당 제안을 하면서도 안 후보에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으며 단일화를 반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선대본부 회의에서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뜻이 최우선으로 해서 더이상 불필요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조심해야할 때"라며 "당대표를 비롯해 우리 모두가 사감이나 사익은 뒤로하고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앞세워야 할 때"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날 이 본부장의 폭로가 단일화 협상 재개 전 이 대표에 대한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후보가 협상 재개 명분을 가지려면 이 대표를 강하게 질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이 대표와의 갈등을 수차례 겪었던 윤 후보 입장에서는 당내 갈등으로 비춰지는 점이 부담이다.

익명을 요구한 야권의 한 원로 인사는 "윤 후보가 이 대표를 강하게 질책해야 담판의 명분이 되는데 그렇게 하려면 당내 갈등을 감수해야만 한다"며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와의 분란으로 이미 곤혹을 치렀던 후보 입장에서는 그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담판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일단 주말 사이 윤·안 후보 간 만남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안 후보가 이 대표의 제안(합당·부산시장 출마 등)을 내용으로 거절한 건지 윤 후보가 직접 나서지 않은 협상 방식 때문에 거절한 건지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다"며 "안 후보도 현재 퇴로가 없는 상황이다. 폭로전으로 단일화 협상이 바닥을 친 상태에서 두 후보가 더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주말 내 회동 가능성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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