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오라 하시면 오실 수 밖에" 조기 귀국 가능성 암시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지지자들의 응원 속에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민주당이 6.1 지방선거 패배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을 뒤로 한 채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제2터미널에서 환송식을 열고 지지자들과 만나 "강물이 직진하진 않지만 먼 방향을 포기하지도 않는다"며 "휘어지고 굽이쳐도 바다에 가는 길을 찾고 끝내 바다에 이른다. 여러분도 그러리라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환송식에서 자신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한 소년이 있었다. 늘 배고프고 외로운 소년이었다"며 "그 소년이 채소 팔던 어머니를 따라 처음으로 장터에 나갔다. 처음으로 바다를 봤고 하늘을 봤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너무 아름다워서 울 수 있다는 것을 그 소년은 미처 알지 못했는데 그날 체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하늘을 보는데 그날이 생각났다. 눈물이 쏟아질 만큼 아름다운 하늘을 봤다"며 "여러분도 오늘의 하늘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전한 뒤 "1년 뒤 제가 조금 늙더라도 혹시 몰라보는 분 없길 바란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지지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고맙다. 울지 말고 웃어달라"는 위로도 전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잘 다녀오세요"를 외치며 화답했다.

이날 이 전 대표의 환송식에는 300명가량의 지지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바다에서 다시 만나요' '우리는 이낙연과 바다에 이르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파란색 나비 모형을 마스크와 모자, 상의 등에 부착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가 말을 하는 동안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일부는 울컥한 듯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당내 대표적인 '친낙계'(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설훈·윤영찬·이개호·양기대·전혜숙·박영순 의원 등도 이날 환송식에 함께 자리했다. 특히 설훈 의원은 이날 "미국 가셔도 여러분이 오라고 하시면 오실 수 밖에 없다"는 말로 이 전 대표의 조기 귀국 가능성을 암시하며 지지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의 환송식 자리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표현인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가 쓰인 백드롭이 설치됐다. 이 전 대표 역시 이날 연설 도중 해당 표현을 언급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1년간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연구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기간 평소 관심을 뒀던 남북관계와 외교 분야에 관해 공부하고 한인 사회 등과 교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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