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원 충북 괴산우체국장

지난달에는 우리 지역 특산물인 청정 괴산의 시골절임배추를 우체국 택배로 접수 발송하면서 겨울철 김장 담그는 풍속의 변천에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고 변화하는 사회에서 바람직한 음식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김장 담그는 일은 한해의 마무리 작업으로서 전에는 각자가 첫 단계인 씻고 소금에 절이는 과정부터 시작했으나 언제부터인가 이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절임 배추를 구입하여 김장을 담그고 있다.

도시의 소비자는 소금에 절이기까지의 힘든 과정을 생략하므로 시간절약과 편리함이 있고 농촌의 공급자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상생하고 만족해하는 것을 보면 삶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김장은 양식(糧食)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한해 겨울을 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생계(生計) 필수품으로 우리나라 음식의 대표 식품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점차 세계화 되고 있다.

음식이란 먹고 마시는 것을 모두를 일컫는 말로서 주로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등의 영양소와 물을 내포하고 있다.

음식을 먹지 않고는 생명 자체를 존속·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를 보면 생명을 담보로 하는 나라 간 전쟁도 대부분 먹거리 확보차원에서 발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 개인 간의 다툼이나 모든 활동도 결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동물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세계적으로 매년 6백만 명 이상의 5세 미만 어린 아이가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하는데 동시대 사람으로서 안쓰러운 마음 금할 수 없고 식량 문제 해결이야말로 모든 지구촌 사람들의 영원한 지상과제(至上課題)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지난날 흔히 말하는 보릿고개를 벗어난 지가 불과 몇 십 년 전 일이고 보통사람들이 돼지고기 삼겹살을 마음 놓고 배부르게 먹기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요즘은 ‘외식’이란 새로운 음식 문화가 가족 간에도 성행하고 있지만 지난 시절엔 감히 언감생심(焉敢生心) 생각지도 못하였고 나하고는 먼 동화 속의 이야기로서 혼자만의 상상이나 동경의 세계였다.

필자가 학창시절인 70년대만 해도 쌀밥 먹기가 어려웠고 정부에서는 쌀이 부족하여 국민들의 혼식을 강제로 장려하였고 학교에서도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선생님이 매일 학생들 숙제 검사하듯 도시락 검사를 하기도 하였다.

오곡백과 무르익고 가을 수확철이 되면 어린 시절 ‘청국장하고 쌀밥’은 최고의 성찬으로 알고 맛있게 먹던 추억이 그립고 부모님 생각이 절로난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우리가 연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세계 아홉 번째 나라가 되고 세계 최빈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최초로 원조 공여국으로 된 이면에는 무엇보다 선조들의 슬기로운 지혜와 땀과 눈물이 얼룩진 인고(忍苦)의 산출물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 곳곳에는 기아에 허덕이며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어가는 불행한 나라와 민족이 많이 있고 우리 주위에도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독거 노인 분들이나 소년·소녀 가장이 많이 있기에 이제 우리는 아끼고 절약하는 음식 문화를 실현하여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보릿고개시절 배고프고 굶주림에 대한 보상과 한풀이라도 하듯 음식을 지나치게 낭비하고 먹거리의 소중함을 모르고 등한시해 왔음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환경오염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여 근래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과거와 다른 차원의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연간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무려 약 4백만 톤이나 되며 이의 처리 비용이 20조가 소요된다고 하는데 이는 서울시의 연간 예산과 비슷한 금액으로 그 심각성을 미루어 짐작 할 수가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약 67%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가정에서부터 솔선하고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음식점에서는 반찬 종류를 적정 수량으로 하고 양은 최소량으로 하면서 고객이 필요 시 더 담아 먹을 수 있도록 하면은 음식 낭비와 쓰레기를 많이 줄일 것으로 본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10위권으로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으나 모든 자연 자원이 부족하고 수입에 의존하여 국가 경제가 운영되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속적인 성장 발전을 위해서는 모두가 절약하는 삶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음식을 아끼고 절약하는 문화가 정착하려면 전 국민들의 의식의 변화가 선행 되어야하며 우선적으로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과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사회적 풍토가 아끼고 절약하는 사람이 존경받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인생을 삶에 있어 모든 것을 아끼고 절약하는 삶은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보람과 가치 있는 미덕이며 멋있고 아름다운 인생으로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정부의 국정기조인 경제 부흥과 국민행복시대를 맞아 국민 모두가 아끼고 절약하는 음식 문화를 실현하면서 주위의 어려운 이웃과 지구촌 곳곳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와 민족에게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사는 삶은 자랑스럽고 보람된 인생이며 후세에 대한 최고의 아름다운 유산(遺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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