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현(자유기고가)

새해 첫날 외삼촌내외가 다녀가셨다. 새해 신년인사를 위해서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당연히 내가 먼저 찾아뵈어야하는데 게으른 조카를 찾아오셨으니 이 어찌 무안하지 않을손가?

여러 음식을 손수 준비하여 오신 외숙모님께서 조용히 물으신다.

조카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는가? 갑자기 물으시는 외숙모의 질문을 잠시 멍하고 서있는 나를 보고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오늘이 돌아가신 어머니 생신날이라 하신다.

며칠전 조부, 증조부님 기일 사나흘후인 어머니 생일이 바로 오늘인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머니 산소를 찾았건만 한해가 지난 올해에는 잊고 있었다는 미혹(迷惑)의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햇다.

외삼촌은 열다섯살에 하나뿐인 누님이 가마타고 시집가는 모습을 보고 홀로 동구밖 나무아래에서 눈물 흘렸다하며, 이 모습을 보고 그 누님인 나의 어머니께서도 떨어지지않는 발길에 눈물을 흘리며 몇번이나 뒤돌아 보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이삼학년때인가 휴가 나온 외삼촌의 군화를 반짝반짝 닦았던 기억..당시 어려운 군대생활에 아버지가 편지와 함께 용돈을 보내주어서 군대 생활을 잘 마쳤다던 이야기는 그만두고, 어버지와 외삼촌내외분과 술상을 앞에 두고 나눈 새해 이야기 한토막을 꺼내본다.

우리는 흔히, 사람의 오복(五福)을 말함에 있어 첫째 복(福)은 오래 사는것이요(壽). 둘째 복은 남의 힘을 빌지 않고 먹고 살수있는 최소한의 재력이요(富). 세째복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것이요(康寧). 네째 복은 덕(德)이 있어 남에게 베품을 좋아함이요(有好德). 다섯째 복은 이상 네가지 복을 가지고 하늘의 뜻대로 살다가 죽는것(孤終命)이다 하였으니, 우리조상들은 이를 오복(五福)이라 一曰 壽, 二曰 富, 三曰 康寧, 四曰 有好德, 五曰 孤終命이라 말하는것이다.

예전에는 오복중의 첫째라는 壽는 육십까지 사는것을 회갑(回甲)이라하여 최고의 복으로 생각하였으나, 요즘 시대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복이라 할것이다.

이는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인하여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5세로 세계 3위에 올랐으니 말이다.

육십이라는 나이는 신체적, 자연적나이로서 요즘말로 신중년(新中年)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마을에서는 칠십이 넘은 큰 형님들도 마을회관이나, 정자에 나가는것을 꺼리는 이유를 물으니, 팔십넘은 어르신들의 잔 심부름을 도맡아 하기때문이라고 하니 웃어넘기기보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수 없다.

자료에 따르면 조선(朝鮮)시대 27명의 국왕(國王)의 평균수명이 46.1세에 불과하고,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은 53세에 돌아가시고, 불과 6~70년전 한국여성의 평균수명은 35.1세 이었다고 하니, 우리는 지금 단군(檀君) 오천년 역사이래 최고(最高)의 평균수명을 살아가고 있다 할 것이다. 그래서 현대를 사는 우리는 최고의 복(福)을 갖고 태어나서 살아간다고 말할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혹자(或者)는 육십 넘어사는 사람은 그야말로 개평인생, 덤으로 사는 삶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말은 끝없이 욕심을 더 이상 부리지 말고 자신보다 부족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살아가야한다는 말과도 통한다 할것이다.

오십이 넘어서 아둥바둥 이전투구 자신의 이익만을 쫓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이 혹, 보면 뭐라 이야기할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이 아무리 백세(百歲)까지 간다한들 사람들은 모든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이 세상을 떠나는것이 일반적 사람들의 모습일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언젠가는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우리는 가져야할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조상은 항상 오복을 준비하면서도 겸허히 하늘의 뜻을 받들면서 살아가면 응당히 하늘이 주는 삼광(三光)을 받을수 있다는 말로서, 이를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이요,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이라 부르는것이다.

삼광(三光)이라함은 해(日)와 달(月)과 별(辰) 즉, 日月辰 세가지 빛(光明)을 말함이다. 삼광은 영원불멸을 뜻함이 아니겠는가?

자고로 사람은 오복(五福)을 추구함을 게을리해서는 안될것이지마는 그 결과인 영원한 빛은 하늘로부터 내려온다는 말일것이다.

모사재인(謨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이라는 말이 있듯이, 일을 도모하는것은 사람들의 일이지마는, 그 결과는 모름지기 하늘의 뜻에 달려있다는 말로서, 사람들이 어떤일을 도모함에 있어 그 과정은 우리들의 몫이지마는, 그 성사결과는 우리들 마음대로만 되는것은 아니고 그 결과에 순응하는 겸허함을 항시 마음속에 담고 있어야한다는 말일것이다.

그러고보니, 내년이면 나자신도 육십갑자을 한바퀴도는 나이가 되나보다.

수(壽)와 부(富)와 강녕(康寧)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비롯 되었을테니, 앞으로는 유호덕(有好德), 고종명(孤終命)에 자신의 삶의 가치를 두고 살아가기를 당부하신다.

덕을 쌓고 베풀며 살아가다보면 그곳에 하늘의 뜻이 보일지도 모른다는 말씀이라는 뜻일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모든 것이(수, 부, 강녕)이 부족한듯 싶은데 유호덕, 고종명이라니? 이 또한 아직도 나 자신의 부질없는 욕심이고 쓸데없는 번뇌인가 생각해본다.

올해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선정된 전미개오(轉迷開悟)라는 말이 있다.

이말은 미혹(迷惑)한 마음에서 깨어나 사물의 본질(本質)을 바로 보자라는 말일것이다.

그러고보니,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은 멀리 있음이 아니라 바로 내가 사는집 상량문(上梁文)에 씌여있음을 문득, 다시금 쳐다본다.

새해! 육십년만(回甲)에 찾아온 청마(靑馬)의 해를 맞이하여 전미개오(轉迷開悟)의 마음으로 우리 모두 새해 복 아니, 오복(수, 부, 강녕, 유호덕, 고종명)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해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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