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납품업체 3·4등급 저가 바꿔치기

감사관, 공익제보로 64대 확인…부정당업체 제약 안해 봐주기 의혹

업체 장난질 또 적발…청주 모 초등학교 35대 설치, 2년 만에 교체

 

 

사진 왼쪽은 조달청에 등록된 대기업 A사의 에너지효율 1등급 냉난방기 제품, 사진 오른쪽은 A사가 대리점을 통해 충북 학교 등에 납품한 저가의 사급제품.
사진 왼쪽은 조달청에 등록된 대기업 A사의 에너지효율 1등급 냉난방기 제품, 사진 오른쪽은 A사가 대리점을 통해 충북 학교 등에 납품한 저가의 사급제품.

국내 대기업이 대리점을 통해 충북지역 일선 학교에 납품한 냉난방기 100여 대가 조달청에 등록되지 않은 사급 제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돼 교육계에 납품 비리 파문이 일고 있다.

5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김병우 전 교육감 시절인 2018~2021년 A사는 조달청 입찰을 거쳐 에너지효율 1등급 냉난방기 수백 대를 청주·보은지역 초등학교, 중학교 등에 납품했다.

냉난방기 설치는 A사와 계약을 맺은 청주의 한 대리점이 맡아서 했다. 하지만 각급 학교에 설치된 제품은 1등급이 아니라 3~4등급으로 관급 자재(물품)가 아닌 저가의 사급 제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청에 등록된 A사의 1등급 제품은 대당 도매 단가가 297만 원이다.

공공기관은 예산, 에너지 절감을 위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 따라 최저가 입찰을 거쳐 납품업체를 선정하고, 물품은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을 사용하게 돼 있다.

A사가 학교에 납품한 3~4등급 제품은 대당 단가가 155만 원이다. 1등급에 견줘 142만 원의 단가 차이가 있다.

최저가 입찰로 낙찰 업체가 결정되기 때문에 납품 단가가 더 낮아지더라도 공공기관은 결국 예산을 낭비하고, 업체나 대리점 중 하나는 부당 이득을 취하는 이른바 '납품 비리'인 셈이다.

관급 자재가 바꿔치기 됐지만, 교육지원청 물품 발주나 제품 검사·검수 담당 공무원들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물품 발주를 담당했던 시설직 공무원 B씨는 "대기업이 입찰을 거쳐 납품한 제품이어서 의심하지 않았다"며 "검수·검사를 제대로 못 한 책임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런 비리는 2021년 국민신문고 공익제보를 통해 감사에 나선 충북교육청 감사관(학사감사팀)이 확인했다.

당시 사급 제품이 설치된 학교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졌고, 대리점이 보은·청주교육지원 등 학교·기관에 납품된 냉난방기 64대를 3등급 저가로 설치한 사실을 적발했다.

하지만 당시 감사부서는 관리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시설직 공무원 5~6명을 ‘주의’ 처분하는 데 그친다.

감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A사의 대리점은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 냉난방기 35대를 저가의 사급제품으로 또 설치했다가 걸렸다.

교육지원청은 A사나 대리점을 사기 등 혐의로 수사의뢰하거나 ‘부정당업체’ 제약 등 페널티를 주지 않아 업체 봐주기 의혹도 제기된다.

제보자 C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냉난방기)납품업체의 비리가 있다고 알렸지만, 교육청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제보자의 신원만 노출돼 되레 업체 관계자로부터 협박받았다"며 "전수조사는 공무원이 아닌 업체가 직접해 저가 제품 대수를 축소했고, 문제가 드러난 건 극히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당시 감사를 맡은 교육청 한 관계자는 "제보자가 공익제보한 내용이 일부는 사실로 확인됐지만 경쟁업체를 차려 악의적인 제보를 했다는 정황도 있었다"며 "사안 감사를 축소하거나 공무원에 대해 봐주기 징계를 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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