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민주 마약 도취" 발언에 막말정쟁 비화

민주 "오로지 정쟁에만 악용…정말 파렴치해"

지지층 결집·굳히기 영향에 지속된단 분석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여야가 3일 거세지는 정쟁 속에서 도를 넘은 '막말'까지 주고 받자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달 교섭단체 대표연설부터 거칠어지기 시작한 여야의 공세가 갈수록 속된 말을 쏟아내는 지경에 이른 모양새다. 여야의 막말전쟁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지지층에 대한 세결집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울산 발언이 여야의 거친 언쟁에 기름을 부었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울산에서 언론과 만나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노란봉투법,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철회 결의안 등을 일방,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 "마약에 도취돼 오로지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불치의 질병에 걸린 것 같다. 국민의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아주 나쁜 짓을 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정권 시절에는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가 정권을 뺏기자마자 그 법을 날치기 강행 처리해 통과시키는 의도가 무엇인지 국민들은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는 여당 대표의 막말에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같은날 서면 논평을 통해 "김 대표의 막말은 정부여당에 돌아가야 할 말이다. 단 한 사람도 책임지지 않는 뻔뻔한 정부, 유가족을 향한 극우단체의 2차 가해를 묵인해 온 여당의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라"고 반박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진상을 덮기에 급급한 여당이 야당을 보고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한다'니 정말 파렴치하다"고도 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야당 마약 도취 발언에 대해) 정신 좀 차리길 바란다. 어떻게 공당의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할 수 있을까. 자기 존재감 과시를 그런 식으로 하나"라며 "이 문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김 대표가 즉각 사과해야 한다. 사과하지 않고 뭉갠다면 그에 적절한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조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전 정부를 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하더니 여당 대표마저 그에 편승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여당 책임회피를 위해 참사마저 정쟁화해 여당 대표의 망언이야말로 파렴치한 수준이다. 참사 직후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정쟁으로만 시간을 끌고 진상규명을 강화하라는 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국민의힘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회의에서도 '여당의 극우, 망언 정치'라며 지적을 이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민생경제에 무한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망언 경쟁에 나섰다. 가장 큰 충격은 전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몬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리고 우리당을 향해 불치병에 걸린 것 같다, 마약에 도취됐다, 이런 식의 발언을 하는 여당 대표의 망언도 참으로 기가 막히다. 민생경제 살리기 위해 머리 맞대자는 제안은 온갖 핑계로 거절하더니 200일 넘게 길에서 살다시피한 참사 유가족을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그 유가족들의 뜻을 받드는 야당을 향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으니 참으로 이해 안 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도 "여당이 야당을 향한 폭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 하는 말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최소한 국민이 하는 말은 귀기울여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국민의힘과 정부에서 생각하는 국민은 누군가. 부디 이성을 찾고 시민들의 절규와 호소에 귀기울여달라. 대한민국은 윤석열 왕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의원은 "막말을 던진다고 코인 의혹을 덮을 수 없다"며 "김기현 대표의 막말이야말로 참사를 정쟁도구로 이용하려는 파렴치 행위다. 김 대표가 해야할 일은 막말이 아니라 아들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연 지난 1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나온 발언들을 문제삼았다.

대회 당시 경기도당위원장인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무대 위에 서서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순 없다"며 기준치를 통과하면 음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던 정부여당 관계자들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임 의원의 발언에 "15년전 미국산 소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마시겠다던 광우병 사이비 종교 신봉자 모습"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차마 (똥을) 표현하지 못해 곱표로 표시하겠다"며 "광우병 괴담, 천안함 자폭 괴담, 사드 괴담처럼 달콤한 괴담 마약에 중독된 민주당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언어로 국민을 향해 먹거리 공포의 주술을 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국민의 불안과 사회갈등을 키움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진실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국민 피해의 여부는 안중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도 '후쿠시마 핵 오염수, 그렇게 깨끗하면 너나 마셔'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민의힘 의원들께 요구한다. 당장 후쿠시마에 날라가서 핵오염수를 한 번 마셔보고 가족들에게 권유하기 바란다. 가족들에게 권할 자신 있나"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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