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세우며 떡 방앗간엘 막 들어서려는데 방앗간 언니가 다급하게 부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들어가 보니 덕산저수지에서 사진을 찍어 왔다며 스마트폰을 꺼낸다.

사진을 찾아 확대해서 보여주는데 연꽃이 만발한 장면이 화면에 가득하다. 저녁 먹고 운동할 겸 꼭 가보라며 당부까지 하는 언니가 더 신났다.

사진속의 저수지는 연꽃천국이었다. 아름다운 연꽃을 에두르며 데크길과 숨고르기 좋을만한 정자가 보인다. 마음이 먼저 성큼 달려가고 싶어진다.

얼마 전에 덕산 저수지를 공원처럼 잘 가꾸어 놓아 낚시꾼도 많이 오고 가족끼리 산책삼아 소풍도 다녀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버려진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말도 함께 따라 붙었다.

그 소리를 듣고 소방대 월례회 때 자연정화 운동을 계획하며 가보기로 마음먹었던 바로 그 곳이었다.

내친김에 오늘당장 저수지를 가보자는 생각으로 집에 와서 부지런히 방 청소를 하고 저녁 식사준비를 했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더니 오늘따라 남편이 일찍 퇴근해 오는 게 아닌가. 난 덕산 저수지에 연꽃이 엄청 아름답게 피었다며 시진 본 이야기를 줄줄이 사탕으로 늘어놓으니 남편도 들었단다.

저녁 식사 후 남편과 함께 저수지로 향했다. 신척산업단지 사무실 앞에 차를 세우고 낮은 언덕을 내려가니 운동하러 오는 사람도 많고 저수지 가장자리에 텐트를 치고 자리 잡아 낚시 하는 사람들도 군데군데 보인다. 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니 저수지 물 위를 걸어가는 기분이다.

아니, 몸과 마음이 부웅 떠가는 느낌이 꼭 쪽배를 타고 유영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목을 쭉 빼고 두리번두리번 사진속의 연꽃 핀 장소를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위로 걷노라니 연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에게, 겨우 요만큼?” 사진속이라 그렇게 아름다웠을까 싶어 실망하면서 데크길을 따라 더 걸어 올라갔다.

중간쯤 가니 좀 전에 보이지 않던 연꽃이 친구들을 모두 데리고 나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부부가 왔다고 놀려주려 물속에 숨었다 환영이라도 하는 것인지 넓적한 초록 잎을 물 위에 멍석처럼 펼쳐 놓으며 반긴다.

아하, 여기였구나! 연꽃이 몰려 피어있는 곳에는 사슴 목 보다 더 길게 꽃대를 쳐들고 아주 도도한 모습으로 연분홍 꽃을 피워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 고장에 이렇게 아름다운 연꽃단지가 있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연꽃저수지는 신척산업단지가 생기면서 공단 입주업체와 분양대금에서 거금을 들여 조성해 놓은 곳이란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630여개의 LED등이 데크길을 따라 무지개 색깔을 띠며 불을 밝혀 그 또한 장관이다.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야경과 연꽃이 어우러져 진풍경이 펼쳐진다.

그 옛날 선비가 공부하러 왔다가 연꽃에 반해 정자에 앉아 도끼자루 썩는지도 모를 만큼 신선놀음하기 딱 좋은 장소다. 군데군데 낚시꾼이 선비처럼 앉아 있는 모습도 석양의 노을과 함께 어우러지니 정겹다.

우리 동네와 멀지 않은 곳이지만 후회하지 않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쉼터로 손색이 없다. 둘러보고 또 바라보아도 우리 고장에 또 하나의 명물로 자리 잡을 것 같은 예감에 우리 부부는 기분 좋게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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